▲ 김선명 교무/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깨어있는 양심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소태산 가르침,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것

[원불교신문=김선명 교무]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우라." 소태산 대종사가 법률은에 밝힌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304명의 우리 이웃이자 형제이고 가족들인 영가들에게 깊은 위로와 완전한 해탈천도를 간절히 축원한다. 지난 4년여의 시간 동안 진도 팽목항의 현장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세월호 가족들의 가슴 아픈 아스팔트 위의 싸움에서,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서 기도와 연대,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한결같이 외쳐준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의 지난 150차의 기도 정성과 수고로움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세월호가 가지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가의 존재와 책무를 생각할 때, 어쩌면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국가 시스템의 붕괴는 세월호의 끔찍한 참사를 초래했고, "가만히 있으라"는 국가 시스템의 지시를 믿고 따른 국민들은 귀중한 생명을 보호받지 못한 채 억울하게 희생당했다. 그런데 국가 체제는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을 숨기거나 덮으려 했고, 이에 맞서 진실을 건져내려 한 가족들은 갖은 편견과 왜곡 앞에 말로는 다할 수 없는 형극의 길을 비틀거리며 오늘까지 걸어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이 명제는 진리다. 눈 밝고 의로운 이들과 4.16연대 등 가족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불굴의 헌신을 다했으며, 진실을 은폐한 부도덕한 정권은 촛불의 심판을 받고 마침내 정죄(定罪) 됐다. 이제 진실은 인양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이제 '이게 나라다'라는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깨어 있는 양심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임을 알게 했고, 몸으로 깨닫게 했다.

원불교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회 참여의 분기점을 맞이했다. 교단 초창기 소태산 대종사는 식민통치의 질곡에 놓여 있던 민중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저축조합과 방언공사'를 통해 자력과 공동체로 희망의 삶을 개척하게 했다. 정산종사는 해방 이후 물밀듯 들어오는 귀환동포를 위해 '전재동포 구호사업'을 펼쳤다. 당시 교단의 구호는 "우리는 동포를 살리기 위하여 거리로 나선다"였다. 그러나 이후 교단은 인도적 차원의 구호사업에는 헌신을 다해 왔지만,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는 동안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고통 받는 수많은 민중들과 사회정의 실현의 과업에는 적극 나서지 못했다. 독재권력 앞에서 체제와 교단 보위에 방점이 찍힌 교단은 시대과제에 소극성을 띨 수밖에 없었고, 개인의 관심과 제한적 참여를 해왔다.

한국 현대사의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를 지나오면서 원불교 교화 침체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 뼈아프게 돌아보고 곱씹어 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자발로 모인 교도들이 모임을 만들고 현장을 찾아가 가족들의 고통에 함께하며, 진실 규명을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교단은 사회 참여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기왕에 활동해온 봉공회를 비롯한 교단의 후원과 활동가들의 현장 지원 등이 원활히 연계돼 구호 활동과 진실 규명을 위한 활동은 우리 교법의 사회화를 위한 새로운 사례가 됐다. 익숙하지 않았던 광화문 광장 참여가 두렵지 않게 됐고, 재난의 현장뿐만 아니라 그 어느 현장에서도 원불교의 이름으로 함께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 천도독경, 구의역 청년노동자 희생 천도독경, 세월호 매주 목요기도회, 사드 말고 평화행동 등 그 맨 앞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을 비롯한 자발성을 가진 교도들이 있었다.

오늘 우리는 광화문 세월호 목요기도회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한 우리의 관심과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목요기도회를 이끌어온 이태은, 조은혜, 이해은, 심경화, 지수인, 이지철 교도를 비롯한 수많은 교도들과 기도 주례에 기쁘게 동참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새로운 백년,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은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 받는 생령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2017년 12월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