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일 것 같습니다. 나무와 관련해서는 큰 도시 중심광장마다 세우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각나지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집집마다 트리를 세우기 때문에 수난을 겪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입니다.

이 나무들은 공통적으로 수형이 원뿔 모양으로 곧게 자라고, 나무 아랫부분까지 수평으로 가지들을 벋어서 작은 전구, 공, 별 등 장식품들을 걸기에 적격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2m 전후의 어린 나무를 그리고 높은 건물과 공원 등에는 더 큰 나무를 씁니다. 요즘은 이 나무를 빼닮은 모조품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전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소나무만큼 쉽사리 볼 수 없긴 하지만 소나무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상록침엽수입니다. 자생하는 전나무를 보려면 오대산 같은 정말 큰 산에 가야 하고(오대산 월정사 근처의 전나무길이 유명하지요.) 우리 주변에서는 수목원이나 큰 공원에가야(광릉의 국립수목원 주변 길의 전나무도 볼만합니다.) 볼 수 있는 귀한 나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문비나무는 전나무와 참으로 닮은 나무입니다. 특히 잎이 달린 모양이 정말 닮았습니다. 두 나무 모두 뻗어 나온 작은 가지 주변을 바늘침 모양의 잎들이 줄을 지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촘촘히 달리는 특성을 가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는 가문비나무를 보려면 백두산 근처와 같은 북쪽의 더 추운 곳으로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원, 정원 등에서 만나는 가문비나무는 대부분 수입된 나무로 흔히 수목원 등에서 독일가문비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4일 원광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이렇게 너무나 닮은 두 나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차이를 그 기상의 차이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가지들이 모두 위를 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가지에 달린 잎들도 위를 향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전나무, 그 반대로 모든 것이 아래로 처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가문비나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두 나무가 옆에 붙어 서 있으면 몰라도 따로 떨어져 있으면 이런 기상의 차이만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구분의 열쇠가 있습니다. 두 나무 다 원통형의 비교적 기다란 솔방울이 달리는데 열매도 전나무는 가지 위에 달려 하늘을 향하고 가문비나무는 가지 아래에 달려 땅을 향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나무인 구상나무도 열매가 하늘을 향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어려운 점은 전나무란 녀석이 열매를 일찍 떨어뜨려 버려서 좀처럼 열매를 만날 수 없다는 점인데 다행히 가문비나무는 열매를 오래 달고 있어 적어도 가문비나무만은 분명히 가려낼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기상을 잃지 않는 전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주변의 공원에서 발견해 보시죠.

/화정교당


[2017년 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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