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플라톤의 <국가론> 제7권에는 다음과 같은 비유가 나온다.

동굴에 갇혀 있는 죄수들은 세상의 실상은 알지 못한 채 횃불로 비쳐진 그림자가 진짜라고 믿으며 살았다. 어느 날 족쇄가 풀린 한 죄수가 동굴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처음으로 진짜라고 믿었던 그림자의 실체가 밝은 태양에 의한 것임을 보게 되고, 지금까지 믿었던 그림자는 허구였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그림자가 이데아라고 믿었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고 그는 다시 동굴로 돌아가 죄수들에게 이야기하지만, 죄수들은 미치광이로 여기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소태산도 대원정각(大圓正覺)을 이뤘지만 "현재의 민중은 실생활의 정법은 모르고 허위와 미신에만 정신이 돌아가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하며, 민중의 의식이 참된 진리를 받아들이기에 무리임을 한탄했다.

독일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했듯이, 그 당시 조선도 부처는 죽고 없었다. 신(神)이란 서양인들에게 불가사의한 능력으로 인류에게 화복을 내린다는 믿음과 구원의 대상으로 여겨왔지만 그것은 상상의 허구(fiction)였다. 부처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아닌 등상불을 부처로 여겨 오로지 죄주고 복주는 신앙처로서 불공을 올려야 하는 대상으로 섬겼다. 또 인도정의를 실천하는 사람보다 신통묘술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을 도인으로 생각했다. 그 당시라 해도 플라톤이 인류의 어리석음을 비판한 지 2천년이나 흐른 세월이었다. 그러나 인류는 여전히 그림자를 못 벗어나고 동굴 안에 살아왔던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소태산은 어찌하여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방법'으로 제시했는지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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