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저 담쟁이 덩굴의 마지막,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을꺼야." 미국의 작가 O.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다들 알 것이다. 시한부 인생의 주인공이 창밖의 떨어지는 나뭇잎과 함께 자신의 생명도 끝난다고 생각하며 희망 없이 죽음을 맞이하다가 어느 노화가의 마지막 잎새의 그림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안겨 준다는 내용이다. 12월을 맞아 교당에 달력들을 뜯고 보니 마지막 잎새처럼 어느덧 달력 한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평소에는 못 느끼다가 꼭 이러한 순간이 오면 시간이 참 덧없이 흘러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12월의 달력 한 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달력 한 장에 1년의 시간이 모두 들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이 달력 한 장마저 없어지면 원기102년은 가는구나. 그렇게 1년을 보내는구나.

12월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노화가의 그림처럼 나에게도 희망의 무언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 참회 기도를 해보자' 새로운 내일을 희망차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안에 잔재하는 원망이나 악한 기운을 풀어내야 한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대개 즐겁고 행복한 일보다는 아쉽고 잘못한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공부에 게을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알게 모르게 지었던 나의 묵은 업들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그래도 다행이건 이러한 모든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도의 힘을 주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겐 달력 한 장이라는 시간까지 주워졌으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대산종사는 <대산종사법어>적공편 7장에서 우리들에게 "내 한 마음 깨칠 때 그 빛이 온 세상을 두루 비쳐 일체중생을 제도하게 되고, 내 한 마음 큰 서원 세울 때 그 소리가 허공 법계에 울려 퍼져 성불의 문이 열리게 되며, 내 한 마음 참회 반성할 때 천지신명이 감응하여 삼세 업장이 청정해지느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여기저기 약속도 많아지고, 괜스레 마음도 더 바빠지고 들뜨게 된다. 그래서 마음을 더 챙기기 힘들고 생각없이 흘러 보내다가 새해를 맞이하기가 부지기수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새해에 대한 기대와 다짐들만 늘어놓으면 희망보다는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여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참회 반성을 하게 되면 악한 가운데 선의 기운이 자라나서 앞길이 열리고 복이 쌓인다고 했다. 나의 지난날을 한탄만 하고 빨리 지나가기를 세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는 죄과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참회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12월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한 해를 보내기 전에 나에게 아직 기회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이다.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의 그림이 희망이 되어 시한부 인생에게 새 삶을 준 것처럼, 우리도 참회 반성의 기도로 원망을 녹여내고, 지난 한 해 동안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지은 많은 악업들을 풀어내어 한 해를 마무리 짓는 희망의 기도가 되었으면 한다. 한 해의 끝자락 12월, 마냥 지나치기보다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한 번 더 마음을 챙겨서 모두가 의미 있고 따뜻한 한해의 매듭을 잘 지었으면 좋겠다.

/광주교당

[2017년 1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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