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 교무

[원불교신문=박성은 교무] 소태산의 행적을 거슬러 살펴보면 치열한 서원과 기도 그리고 함께하는 인연들에 대한 불공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임을 알게 한다. 서품 12장은 원기2년(1917)에 교단 최초의 교당 상량문에 소태산이 적은 문구이다. 소태산은 이 상량문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원불교 최초의 교당이 탄생하게 되는 순간, 회실 상량에 사원기일월 직춘추법려(梭圓機日月 織春秋法侶) 송수만목여춘립 계합천봉세우명(松收萬木餘春立 溪合千峰細雨鳴)이라 썼다.

후에 정산종사에게 제자가 그 뜻을 물었다. 정산종사는 "두렷한 기틀에 일월이 북질하여 춘추법려를 짜낸다는 것인데 여기 두렷한 기틀은 천지 우주요, 일월은 해와 달이다. 춘추법려는 우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이 우주에 일월이 왕래하여 사시가 짜여져 간다는 의미와 아울러 그를 본받아 성현이 인간의 법도를 짠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송수만목여춘립은 진리는 상주불멸이라는 뜻이요, 계합천봉세우명은 진리의 만법귀일을 의미한 것이다"고 말했다.

성자가 있어 진리의 빛을 드러내고 따르는 제자들이 그 빛을 받아 지키게 된다. 이미 소태산은 진리의 세계를 펼쳐 지도로 보여 주었으니 우리는 그 지도를 들고 따라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소태산이 그린 지도 속, 도실에서 이뤄진 사건들을 살펴보자.

도실은 소태산의 첫 제자들이 모여 공부하고, 장래 회상 건설에 대한 포부와 경륜을 짠 교실이다. 그리고 영산방언 공사의 현장사무소였다. 또한 소태산과 9인 제자들의 서원을 올린 법인성사가 이뤄진 곳이다.

1916년 4월에 26세의 나이로 대각을 이룬 소태산은 1917년 7월에 제자를 모아 단을 조직한다. 다음 해 1918년 4월에 방언공사를 착수하고, 동시에 10월에 원불교 최초의 교당을 착공하여 12월에 완공한다. 그리고 4개월 후 법계의 인증을 받은 혈인성사까지 초기교단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곳이다. 소태산은 이 모든 계획과 포부를 상량문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일은 도실 현판에 새긴 글이다. 법명을 받는 일은 중생의 삶을 벗어나 부처의 삶을 부여받는 거룩한 사건이다. 건물에 있어서도 법명을 받는 일은 현판을 새기는 일일 것이다.

이제 각자의 방에 상량문을 다시 새기고 방문에 이름을 새겨보자. 소나무는 사계절 푸름을 간직하는 나무다. 원불교는 세상 속에서 소나무로 절개를 지키는 나무가 되라는 소태산의 기도를 들어야 한다. 소나무 숲을 만드려는 노력보다는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줄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절개를 잃지 않아야 한다. 또한 소나무는 깨어 있는 공부인을 상징하고 있다. 늘 깨어있는 마음이어야 모든 경계 속에서 진리의 소식을 보고 들으며 어리석은 중생의 때를 벗고 불보살로 다시 태어나는 공부가 된다.

이것이 상량문에 담긴 소태산의 기도며 우리의 기도다. 높은 산 꼭대기에 떨어진 빗물이 모여서 마침내 시냇물 되고 강물되어 바다로 흘러가듯, 새 회상 원불교는 모든 종교의 교리와 사상을 막힘없이 통하게 하는 공부방이 되어야 하는 사명을 부여 받았으니 각자의 방에 새 회상의 희망을 새겨보자.

/와룡산수련원

[2017년 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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