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괘(屯卦) 초구에 그려진 대종사의 대각
'반환(磐桓)'과 '이귀하천(以貴下賤)'한 대종사


[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대종경, 주역(周易)으로 만나다'의 첫 번째 이야기는 원불교의 교조이자 인류의 위대한 성인(聖人)인 소태산 대종사의 탄강과 대각을 〈주역〉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원불교의 성통(聖統)은 대종사를 이은 정산종사 그리고 대산종사로 이어졌다.

내가 만난 몇 분의 교직자들은 왜 이렇게 이어졌는지에 대한 학문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통에 대한 학문적 설명은 그 종교의 진리성과 부합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동양학의 근본이자 하늘이 뜻을 담고 있는 〈주역〉의 64괘를 통해 그 실마리가 풀어지게 되었다.

〈주역〉의 64괘 가운데 성인(聖人)의 탄강을 밝히고 있는 괘는 '수뢰둔괘(水雷屯卦)'이다. 둔괘는 천도(天道)를 표상하는 '중천건괘(重天乾卦)'와 지도(地道)를 표상하는 '중지곤괘(重地坤卦)'에 이어 세 번째 괘이다. 즉, 역학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는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는 천지지도(天地之道)를 표상하고, 세 번째 둔괘에서 드디어 사람을 대표하는 성인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둔괘의 둔(屯)은 둔칠 둔으로 풀이하지만, 한자를 보면 땅을 의미하는 일(一)에 풀(屮 , 十)이 뚫고 나오는 것으로, 인류 역사에 성인이 탄강되는 것을 상징하는 한자이다.  또 괘 그림에서 위의 감괘(坎卦  )는 물로 상징되는 하늘의 은택이고, 아래의 진괘(震卦 )는 하늘의 뜻을 받은 인류의 장남(長男)으로 성인을 의미하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의해 성인이 탄강됨을 밝히고 있다.

둔괘의 괘사(卦辭)에서는 "둔은 원형이정하니 갈 바가 있음을 쓰지 말고 임금(성인)을 세우는 것이 이롭다.(屯은 元亨利貞하니 勿用有攸往이며 利建侯하니라)"라고 하여, 원형이정의 천도 사상(四象)을 깨우친 임금을 세우는 것이 이롭다고 하였다. 둔괘에서 성인의 대각을 직접 밝힌 곳은 첫 효(爻)인 초구(初九)이다. 초구 효사(爻辭)에서는 "초구는 너럭바위에 기운이 서리니 정도에 거처함이 이로우며 임금을 세우는 것이 이롭다.

상에서 말하기를 비록 너럭바위에 기운이 서렸으니, 뜻이 정도를 행하며, 귀하지만 천한 아래에 있으니, 백성을 크게 얻는 것이로다(初九는 磐桓이니 利居貞하며 利建侯하니라. 象曰雖磐桓하나 志行正也며 以貴下賤하니 大得民也로다)"라고 하여, 너럭바위에 기운이 서리면서 성인(聖人)이 대각함을 밝히고 있다.

초구 효사에서 대종사의 대각과 관계되는 중요한 개념은 '반환(磐桓)'과 '이귀하천(以貴下賤)'이다. 즉, 반환(磐桓)에서 반(磐)은 돌 반(般)과 석(石)으로 쟁반같이 너른 돌인 너럭바위이고, 빛 환(桓)은 하늘의 진리가 환하게 비치다는 뜻으로 큰 바위에 하늘의 빛이 서리는 것이다.

〈원불교 교사〉 '제2장 소태산 대종사'에서는 "대종사께서 20세에 이르도록 도사 만날 소원도 이루지 못함을 보시고는 마당바위 부근에 수간의 초당을 지어 심공(心功)을 들이게 하시더니… 22세 때부터는 '이 일을 장차 어찌 할꼬' 하는 한 생각이 깊어지시고, … 오직 그 한 생각으로 아침에서 저녁에 이르고 저녁에서 아침에 이르시며, 때로는 저절로 떠오르는 주문을 외우시고, 이러한 입정 속에서 1916년 음력 3월26일 이른 새벽에 대각(大覺)을 이루시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즉, 대종사는 마당바위 부근에서 입정을 하고, 입정삼매의 참 경지 속에서 대각을 이룬 것이다.

여기서 대종사가 입정하여 수도한 마당바위가 바로 둔괘에서 말씀한 반환(磐桓)의 너럭바위라 하겠다. 너럭바위에 기운이 서려서 진리를 자각한 성인이 탄강됨을 노래한 둔괘의 초구 효사는 바로 마당바위에서 기도를 올린 대종사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너럭바위(마당바위)에 기운이 서려서 천지신명의 뜻을 받들게 되었다는 깨우침의 이야기가 너무나 생생하다.

또 둔괘의 이귀하천(以貴下賤)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종사는 대각한 성인으로 아주 귀한 분이지만 백성들의 속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어찌 하지 못하여, '이 일을 어찌 할꼬' 하신 것은 바로 사람들을 크게 얻을 수 있는 바탕이 된 것이다.

성인의 탄강을 노래한 둔괘를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다. "단에서 말하기를 강과 유가 비로소 사귀어 어렵게 탄생하며 험한 가운데 움직이니 크게 정도가 형통한 것은 우레와 비의 움직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우매한 민초를 위해 짓는 것이니 마땅히 임금을 세울 것이고 안녕하지 못한 것이다(彖曰屯은 剛柔丨始交而難生하며 動乎險中하니 大亨貞은 雷雨之動이 滿盈일새라. 天造草昧니 宜建侯오 而不寧이니라)"고 말했다.

진리를 자각하고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감당하신 대종사의 삶을 공자께서 먼저 밝히고 있는 것이다.  즉, '시교이난생(始交而難生)'을 분명하게 보여준 성인이 소태산 대종사라 하겠다. 〈주역〉에서 성인은 하늘에 근본을 둔 존재로(本乎天者), 하늘의 뜻을 자각한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大覺)이 둔괘로 노래되고 있다.

/원광대학교

[2017년 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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