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대금이 걱정된다

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주에 충청도로 사회복무요원 연수 갔을 때 단체 카톡방에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에게 특별휴가 3일을 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나는 교육을 갔다 오면 피곤할 것 같았는데 마침 잘 됐다 싶었다. 그래서 다른 공익이 특별휴가 받을 날짜를 정하라는 말에 바로 다음 주에 3일을 쓸 거라고 말하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특별휴가는 근무를 하지 않는 날이라 그날 만큼 월급이 줄어들 거고 자연히 이번 달에 내야 할 카드 값이 모자랄 것 같았다. 사회복무요원은 월급이 기본급에 출근일 수에 해당하는 교통비와 식비가 지급되므로 당연히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교통비와 식비 나오지 않는다.

경계다. 특별휴가를 받아서 기분은 좋았는데 카드 결제대금을 생각하니 갑자기 불안해진다. 어쩌지? 돈이 모자라면. 난 신용카드를 쓰기 때문에 다음 달 월급을 미리 계산하고 소비한다. 그래서 11월에는 다음 달 들어올 월급에 맞춰서 쓰고 있었는데 내가 11월 마지막 주에 특별휴가를 쓰고 출근을 안 하면 월급이 그만큼 깎인다. 그리고 특별휴가는 날짜를 바꿀 수도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다음 달에 나올 카드 대금이 연체될 게 뻔하다. 항상 통장에는 규칙적으로 한 달 쓴 카드 대금을 넣어놓는데 비록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예산에서 오버된다는 생각에 짜증도 났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도 됐다.

계속 걱정만 하다가 휴가 끝나고 다음 출근 일에 사무실에 가자마자 이번 달 봉급기준표부터 확인해 봤다. 아, 다행히도 특별휴가는 출근일수로 셈해준다고 되어 있었다. 카드 대금을 무사히 낼 수 있겠구나. 그제서야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런 걸 가지고 뭔 일이냐는 눈빛이다. 한숨이 나온다. 진작에 미리 물어볼걸. 괜한 걱정 불안으로 휴가 내내 고민했다 생각하니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경계인 줄은 알았지만 그 순간 멈추지 못하고 불안 걱정에 마음이 끌려가고 있었다는 걸 사무실에 와서야 알았다.

문답감정: 찬의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바쁜 중에도 이렇게 일상에서도 마음공부를 놓지 않고 하시니 참 대단합니다. 경계 경계마다 마음을 챙기고 챙기는 일 말고 다른 일이 또 있을까요? 나중에라도 내가 카드결제 대금 때문에 걱정돼서 불안한 마음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니 그 공부심도 대단하네요. 그냥 아 됐네, 별 거 아닌 걸 가지고 괜히 졸았네 하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마음의 작용을 이렇게 따라가 보는 안목을 가졌으니 참으로 훌륭합니다. 달마다 꼬박꼬박 필요한 돈을 계획성 있게 쓰다 보면 이런 갑작스런 변수에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염려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경계를 대할 때마다 공부할 때가 돌아온 것을 염두에 잊지 말고 항상 끌리고 안끌리는 대중만 잡고 있는지 그리 못하는지만 공부할 뿐입니다. 알뜰하게 계획대로 써지는 돈도 결제대금이 연체되는 돈도 내가 그 경계로 공부하는 만큼 안전하게 써지기도 하고 늘 대금 연체에 허덕이는 불안한 삶이 지속되기도 하지요. 마음은 작용하는데 있고 경계는 그 작용을 드러내주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수입은 생각하지도 않고 마구 소비를 하는 사람이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찬의님처럼 계획된 지출을 하면서 규모 있게 생활하는 습관은 참으로 칭찬할 만한 행동입니다. 아마 부모님께도 손을 벌리지 않고 자기 월급에서만 지출을 하는 청년인 듯한데 그 우뚝한 자립심과 책임감에 더욱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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