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도상 작가/북일교당
[원불교신문=정도상 작가] 사후의 심판은 시드파 바르도를 여행하는 동안에 이루어진다. 심판을 받기 전에 대자유를 얻게 되면 윤회의 천업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초재부터 육재에 이르기까지 천도재를 올리면서 '성주'와 '후생길 인도하는 법설'을 듣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영가가 듣지 못했다면 이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전생에 쌓은 카르마를 기준으로 삼아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바르도를 여행하면서 영가가 고통받는 것은 모두 그 자신의 카르마 때문이다. '어떤 다른 사람 때문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 지은 카르마 때문이다.' 그러니 바르도를 여행하면서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법신불과, 법신불 사은과, 진리를 깨달은 자와, 스승들에게 진실하게 기도하며 자유를 구(求)해야 한다. 가족들이 천도재를 올릴 때마다 영가도 간절히 기도해야만 한다. 기도와 명상이 영가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심판을 내리는 존재는 법신불이다. 법신불의 다른 이름은 염라대왕이다. 네 가지 은혜를 내릴 때에는 법신불이지만, 사후의 심판을 내릴 때에는 염라대왕이다. 영가가 염라대왕 앞에 나아가면 '하얀 작은 신'이 와서 흰 조약돌을 카르마의 저울에 올려놓을 것이다. 하얀 작은 신은 본성 혹은 성품자리를 의인화한 것이다. 이어 '작고 검은 마라'가 와서 검은 조약돌을 카르마의 저울에 올려놓을 것이다. 작고 검은 마라는 본성에서 벗어난 두 번째 마음을 의인화한 것이다. 두 번째를 표현하는 글자는 '亞-버금 아'이다. 악(惡)이란 亞(버금 아)+心(마음)으로 구성된 글자이다. 글자 그대로 두 번째 마음이란 뜻이다. 마음공부란 '두 번째 마음을 피하는 공부'인 것이다. 반면에 첫 번째 마음은 본성 그 자체를 가리킨다.

검은 조약돌이 저울에 올려질 때마다 영가는 겁에 질려 공포에 떨 것이다. 어떤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염라대왕이 "카르마의 거울에게 물어 보리라"라고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거울을 본다. 거울에는 영가가 살아 있을 때 행한 모든 카르마가 편집되지 않은 상태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거짓말도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울은 검은 조약돌이 많은 곳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이면 집행관이 영가의 목에 밧줄을 걸고 질질 끌고 다닐 것이다. 그는 영가의 '머리를 잘라 떨어뜨리고, 심장을 도려내고, 창자들을 끄집어내고, 뇌를 꺼내 핥아먹고, 피를 마시고, 살을 먹고, 뼈를 갉아먹을 것이다. 영가는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마음공부를 많이 한 영가는 그 고통이란 것도 마음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고 환영(幻影)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마음공부를 하지 않은 영가는 환영이 곧 육체적 고통이 되어 두개골을 조여들게 될 것이다.

사후의 심판은 영가의 눈앞에 여섯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염라대왕 앞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던 영가는 지옥계든 축생계든 가리지 않고 마구 뛰어들려고 할 것이다. 마음공부를 충분히 했던 영가는 여섯 세계를 천천히 바라보고 가고 싶은 곳을 고를 것이다. 마음공부란 이토록 중요하다.

[2017년 12월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