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운권 종사의 〈삼가정수〉.
소태산 대종사의 직접제자 가운데 이운권(高山李雲捲, 1914-1990)종사는 교리를 통달하고, 사상이 심오한 고덕(高德)이다. 중앙총부의 선·학원(禪學院)과 유일학림, 그리고 서울출장소장 시절의 서울교당 강의 등 이르는 곳에 법을 받드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특히 서예와 한시·선화에 일가를 이루어 많은 묵적으로 교단의 격을 높였는데, 고경(古經)에는 대표적으로 밝았다.

말할 나위없이 고경은 〈금강경(金剛經)〉을 통한 대종사의 불법연원(佛法淵源)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으로, 유·불·도 삼교의 요체를 수렴한 교법을 드러내는 방편이다. 이를 이운권 종사는 〈삼가정수(三家精髓)〉라는 이름으로 불가의 〈금강경〉, 유가의 〈중용(中庸)〉, 도가의 〈도덕경(道德經)〉을 연의(演義)하여 실었다. 원기61년(1976) 원불교출판사 신국판 양장 세로쓰기 435쪽이다.

구성은 책머리에 '대산종사 삼가정수 공·원·정(空圓正) 묵적', '필자의 달마도(達磨圖)'를 실었다. 본문에 앞서 '삼가총서(三家總序)'를 싣고, 불가의 〈금강경〉을 '금강경서', '금강경 개요', '금강경 연의' 순으로 다룬 것처럼 3가의 경전을 다루었다. 부록으로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과 〈휴휴암좌선문(休休庵坐禪文)〉을 연의했다. 말미에는 '발문'을 실었다.

'발문'(편집 담당)에는 "불가의 금강경, 도가의 도덕경, 유가의 중용을 일러 삼가의 정수(精髓)라 하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물론 뜻있는 이로서 생각하기에 다소의 주관적인 차이야 있기 마련이지만. 오늘날 불·도·유의 사상은 결코 남의 것일 수 없는 우리들 자신의 것이 되고 말았다. 우리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대가 되고 생명의 실상(實相)이 되고야 말았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것은 저 2천 5백여년 전, 또는 2천여 년을 헤아리는 서축(西竺)이나 한토(漢土)의 문화·사상권을 넘어서서, 이제는 바야흐로 일원세계(一圓世界)의 국토, 그 새로운 광명의 토양에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한 생명의 밀림이라 하겠다. 어쨌든 그것은 삼가의 정수일 뿐 아니라 저마다 역사적, 시대적 배경을 지니면서 동원도리(同源道理)의 한 길을 열어 서로가 스스로 원융회통(圓融會通)하므로써, 마침내 돌아와서는 낱이 없는 한 몸(體性)을 이룬, 그러한 하나의 진리, 그러한 진리의 정수이기도 한 것이다"라고 했다.

/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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