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법문이 곧 부모 말씀, 교무가 내 어머니
89세, 식지 않은 성리연마로 탐진치 끊는 공부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조금 늦게 이 법문에 든 만큼, 하루를 영생처럼 공부하는 신앙인이 있다는 소식에 공항교당으로 달려갔다. 서원중 교무와 가족들의 응원을 받아 용기를 냈다는 근타원 최정신(根陀圓 崔正信) 교도는 시종 맑은 차처럼 향기로왔다.

그를 설명하는 수식은 다양하다. 교당 최고 선배 부부이자 사랑받는 맏언니, 남편교화의 달인, 올해 89세 나이가 무색한 열혈 제자, 그리고 매일 탐진치 떼며 진급하는 공부인. 심법이 곧 법문과 같고 큰 강물과도 같은 최정신 교도, 조금 먼 길 돌아온 원불교와의 인연은 이러했다.

"40여년 전 고향 영암에서 어머니가 열반하셨을 때 영암교당에서 오셨어요. 알고보니 동생(최영선화·영암교당)이 전부터 교당에 다니고 있었던 거예요. 독경을 어찌나 정성스럽게 하시던지 '아 원불교 참 좋은 종교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이내 서울로 오면서 잠시 멀어졌던 인연 고리를 다시 쥔 것은 20여 뒤, 원기76년이었다.

"둘째딸 집에 손주를 보러 다녔는데, 사돈이 〈원불교교전〉을 줬어요. 그런데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하고 그 뒷말이 다 할아버지, 부모님이 하셨던 말씀인 거예요. 마치 누가 듣고 써놓은 것 같이요. 그러니 그 책을 목요일에 받았다고 하면, 토요일까지 사흘을 읽고 일요일에 교당을 찾아갔어요."

영암에서 존경받는 유학자였던 할아버지는 솔잎 하나도 꺾지 못하게 했던 성정으로, 부모님 역시 1930년대 당시 딸도 배워야 한다며 도시로 유학을 보냈던 분들이었다. 그리웠던 가족들을 교전에서 다시 만난 최정신 교도, 그는 "나같이 입교할 거면, 세상에 입교 안할 사람이 없다"며 활짝 웃는다.

그런 그의 꽃발신심은, 교무가 총부 갈 일 있다고만 하면 덮어놓고 따라나섰을 정도였다. 첫 방문은 대종사탄생백주년으로, "교전에 나오는 극락이 어딘가 했더니 여기구나"라며 그 날로 '총부를 찾아가리' 성가를 외워 내내 새겨불렀다. 오죽하면 손주들이 "할머니, 총부가 어딘데 맨날 가?" 했었단다.

교당은 떠나온 고향집이요, 교무님은 열반하신 어머니와도 같았다. "나를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교무님이야말로 내 어머니고, 어머니 계신 곳이 바로 집이지요. 나보다 한참 젊어도 엄마 생각하듯, 시어머니 모시듯 하려 했어요."

그런 그의 순수하고 정성스런 마음을 가족들도 일찍 알아차렸다. 아흔넷 열반까지 함께 모시며 애틋했던 시어머니도 "원불교 가는 거면 걱정말고 다녀오너라" 하셨고, 천도재도 교당에서 모셨다. 처음에는 "나한테만 가자고 안하면 얼마든지 다녀라"던 남편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았다. 남편교화가 서원하던 그, 기회는 법문사경으로 왔다.

"법문만 읽게 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경 노트를 집 가운데 펴놓고 쓰면서, 나름 작전을 짰지요."

일부러 밖에 있다가 남편에게 전화한 최 교도. '오늘 쓸 분량이 있는데 못 지키겠다, 당신이라도 대신 써달라'고 했다. 면서기 출신 공무원이던 남편은 약속과 적공의 귀중함을 아는 사람이었고, 글씨는 더욱 고왔다. 그렇게 몇 번을 부탁하니 스스로도 하게 됐고, 이윽고 그 날이 왔다.

"남편이 '나 이제 교당 갈란다'고 하는데,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어요. 93세인 지금도 '진작에 원불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죠."

그 후로도 사경을 이어오며 새삼 좋은 법문은 서로 권한다는 부부. 남편 성산 전대성 교도는 그의 가장 큰 기쁨이자 대종사에 대한 효도다. 자녀들 중에는 둘째 분당교당 전도근 교도가 교도부회장도 하고 법호도 받았으며, 막내딸 전세인 교도도 교당에 함께 다닌다. 최근에는 갓 결혼한 손주 며느리가 "저 법명 어떻게 받아요?" 하고 물어와 가족 모두가 크게 감동했다고.

그의 소원은 두 가지로, 첫째는 마지막까지 잡고 갈 공부다. "사경과 법어봉독을 하다보니 교리를 해야겠다 싶어 교무님께 청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있으니 몇 번을 들어도 자꾸 잊어버립니다. 그래도 하고 또 하니 얼마 전에는 교리도도 외우고, 성리에도 좀 밝아지고 있어요."

또 하나야말로 이 생 가장 큰 서원으로, 자녀들에게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그의 조석심고는 "전 세계인들이 이 법에 귀의해서 낙원세상 오길 바랍니다"라고 시작해 늘 이렇게 맺음한다. "자녀들 모두 이 회상 연을 맺어, 다음생에도 또 그 다음생에도 내 부모, 내 가족으로 만나게 해주세요. 이생처럼 또 다시 함께 행복하고 싶습니다."

[2017년 1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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