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2년(2017)이 날개를 접는 시점이다. 여느 해처럼 희망에 부풀어 비상의 날개를 힘껏 펼치며 시작했던 또 한해가 빛을 바래고 있다. 날씨는 날로 추워지고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몸을 움츠리는 고난의 시간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자발적 성금으로 이웃들을 살피는데 한발 더 다가서야 한다. 더욱이 지진으로 피해가 큰 포항시민들을 돕는 일은 그들의 고통이 진정될 때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원불교 교단의 출발은 전남 영광 일우에서 비롯됐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농민의 아들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도에 발심, 맹렬한 구도 역정을 거쳐 진리를 대각한 소태산 대종사는 교단 창립의 과정 또한 지극히 간고했다.

구인제자와 함께 저축조합운동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고향 갯벌을 막는 방언공사로 논을 마련했다. 이 농토가 원불교 교단 경제의 기초가 되었던 것이다. 이후 전북 익산에 총부를 마련할 때에도 엿장사를 하는 등 소태산 대종사와 그 제자들의 주경야독은 계속됐다.

총부가 건설되면서 이후 지방교화가 이어진다. 영광지방을 시작으로 김제 원평, 진안 마령, 전주 등 전북지역은 물론, 서울 부산 등지로 인연 따라 지부(교당)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불교는 지방 교당이 생길 때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깊이 내렸다. 지역에서 명망이 있고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 소태산 대종사의 인품에 감화가 되어 입교를 하고 교당 마련에 앞장을 섰다. 신흥교당이나 원평교당, 마령교당 등이 그 전범이 될 것이다.

교당은 그 지역사회에 투터운 신임을 받았고, 지역민들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역사를 거듭하면서 전국적으로 교당을 확대해 가고 외국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로 원불교 교법을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원불교 교단은 익산에 있는 중앙총부를 중심으로 국내 5백40개, 국외 70개 등 6백여개의 교당을 두고 교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 짓고 있는 서울 흑석동 한강변의 '원불교백년기념관'이 완성되면, 교정원을 옮겨 지방색을 뛰어넘는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다.

중앙총부나 교정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어느 단체나 조직이든 간에 하부조직이 튼실해야 여진이 있다. 원불교 교단도 국내외 6백여곳에 산재해 있는 교당 하나하나가 튼실해야 종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종교 본연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을 선화하고 그들의 삶에 유익을 주는 것이다. 원불교 교당이 그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자랑거리가 되며, 문화 공간이 되고 쉼터가 되고 충전소가 되어야 한다. 교당 규모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교무가 따뜻하고 너른 품을 가진 성직자로서 지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상담자가 된다면, 교화 발전이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원불교 교무들이 예비교무 교육과정은 물론, 매년 열리는 중앙중도훈련원에서의 교무훈련 등 모든 신행에 있어서 덕성과 지성을 겸비한 인격체로 거듭나서 교당 교화에 성실로 임한다면, 원불교 교화와 교단의 발전에 큰 희망과 진전이 있을 것이다.

[2017년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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