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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마음 상담현장/ 포항 지진 피해 심리지원단 활동
둥근마음 상담현장/ 포항 지진 피해 심리지원단 활동
  • 임성희 교도
  • 승인 2017.12.15
  • 호수 18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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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희 교도/둥근마음상담연구소 부소장
임성희 교도/둥근마음상담연구소 부소장

 아직 컴컴한 새벽, 포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원불교 원봉공회와 공익부에서 포항 지진피해 심리지원단을 구성해서 흥해체육관에 상담텐트를 설치했고 원불교상담학회도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세월호 사건 때 최초로 둥근마음상담연구소 상담원 7명이 진도체육관으로 달려가 갑작스레 자식을 잃고 당황하는 유가족 부모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 이래,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물품과 음식뿐 아니라 심리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사람들이 재난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게 되면 많은 경우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은 대부분 스트레스 사건을 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두려워하거나 우울해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6개월 사이에 회복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초기 재난현장에서 심리적 응급처지는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상담을 통해 재난심리의 특성에 대해 알려주고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완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증상이 심한 사람을 선별하여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된다.

흥해체육관에 도착하니 이재민들의 거처가 마련되어 있고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마련한 구호천막들이 마당에 설치돼 있었다. 원불교 부스는 두 개의 텐트가 널찍하게 마련돼 있어 동시에 두 군데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오전에는 텐트를 방문한 아동 3명과 성인 1명을 대상으로 만다라 색칠하기와 가면 만들기 등을 통해 심리적 이완작업과 부정적 심상 전환을 도왔다. 또한 체육관 아동 돌봄교실에서 프로그램 요청이 와서 다른 상담원과 함께 집단상담을 실시했다. 6세에서 초등5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동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만다라 색칠하기와 준비해간 글라스데코 만들기를 하니 아이들이 매우 재미있어 했다. 차츰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던 아이들은 아빠가 영상통화로 자기가 살던 집의 부서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를 하며 표정이 굳어지듯 일그러지는 아이도 있어 마음이 아팠다. 그러는 와중에 밖에서는 구호물자 배분 문제로 고성이 오가기도 해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지내야 한다는 것에 더욱 고통스런 마음이 되었다. 상담 예약이 있어 서둘러 작별인사를 하니 아이들이 서운해 하며 눈맞춤도 않고 인사도 잘 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마무리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체육관을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이후에도 할머니, 중년여성, 아동 등의 상담이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지진이 일어난 날 당시 겪었던 이야기와 무너지고 금이 간 집 이야기, 무서워서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등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의 대표적인 감정인 공포감을 표현하고,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공감을 통한 긴장 완화 호흡법을 시도해보았다.

아이들도 지진이 일어난 날 많이 무서워 했고 지금도 무서워한다. 지진이 일어나는 꿈, 핵폭탄 터지는 꿈을 계속 꾼다는 이야기, 지진이 일어난 날 학교에서 엄마랑 통화가 안 돼서 너무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다.

상담하는 가운데 "이런 곳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서 작은 역할이라도 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당기간 어려움을 견뎌야 하는 주민들을 생각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대종사님 법문에 '천지에는 도와 덕이 있어서 인간을 포함한 만물 모두는 이 대도가 유행되어 대덕이 나타나는 가운데 그 생명을 지속하며 그 형각을 보존시킨다'는 천지은의 중요한 구절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2017년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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