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괘를 통해 정산종사의 천명이 드러나다
대종사의 교법을 세우고, 불보살을 기른 정산종사

[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대종사와 정산종사는 만남부터 아주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대종사가 회상을 연 후에 중앙의 자리를 비워 두었고, 밤 하늘에 별자리의 운행을 보고,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우리의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하며, 정산종사와의 만남을 미리 예견했다.

〈대종경선외록〉 사제제우장 11절에서는 "제가 전날에 분부를 받들어 결의 형제하와 스승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일이 지극히 황송하노니, 지금부터는 형제의 분의(分義)는 해제하옵고, 부자(父子)의 분의를 정하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여, 두 분이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라고 하였다.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관계를 〈주역〉으로 풀어보면, 대종사의 대각을 밝힌 수뢰둔괘(水雷屯卦)의 여섯 효(爻)에서 양효(陽爻, )는 음효(陰爻, )로 음효는 양효로 바뀌게 되면 화풍정괘(火風鼎卦)가 되어, 정산종사의 솥 정(鼎)으로 변화된다. 64괘의 괘 이름인 정괘(鼎卦)와 일치하는 정산종사의 법호는 대종사와 음양(陰陽)의 관계가 된다.

둔괘 위의 감괘(坎卦, , 물) 중남(中男)은 이괘(離卦, ,불) 중녀(中女)로 바뀌고, 아래의 진괘(震卦, , 우레, 용) 장남(長男)은 손괘(巽卦, ,나무, 神道) 장녀(長女)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소태산 대종사가 하늘의 뜻을 대행하는 아버지로 양괘(陽卦)의 입장이라면, 정산종사는 땅의 뜻을 실천하는 자식으로 음괘(陰卦)의 입장이 되어, 서로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에 대종사와 음양의 관계에 있는 정산종사의 천명(天命)을 그의 법호에 해당되는 〈주역〉의 화풍정괘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정괘는 64괘 가운데 50번째 괘로 아래의 손괘에서 바람이 불어 위의 이괘의 불을 일으키는 상(象)으로 '진리를 익혀서 하늘에 제사 지내고, 어진 사람을 길러내라'는 뜻을 담고 있다. 64괘에서 괘의 순서도 그 의미를 담고 있는데, 50은 하늘을 뜻하는 10(十)과 인간을 뜻하는 5(五)가 상승된 것으로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이치를 나타내고 있다.

정괘 괘사(卦辭)에는 "정은 근원적으로 길하고 형통하다.(鼎은 元吉亨하니라)"고 하고, 단사에서는 "단에서 말하기를 정은 상징이니, 나무로 불을 떼어서 음식을 삶는 것이니, 성인이 삶아서 상제(上帝)에게 받들고, 크게 삶아서 성현(聖賢)을 기르는 것이다(彖曰鼎은 象也니 以木巽火ㅣ亨飪也니 聖人이 亨하야 以享上帝하고 以大亨하야 以養聖賢하니라)"고 하여, 솥은 성인의 말씀을 익혀서 하늘에 올리고, 어진 사람을 기르는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정산종사가 대종사의 대각을 받들어 교법을 제정함으로써 성현(불보살)을 기르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대상사(大象辭)에서는 "상에서 말하기를 나무 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이니 군자가 (정괘의 원리를) 사용하여 위를 바르게 하고 천명을 응결시키는 것이다(象曰木上有火ㅣ鼎이니 君子ㅣ以하야 正位凝命하나니라)"라고 하여, 대종사의 위(位)를 바르게 세우고, 가르침을 〈대종경〉으로 엮어내는 일이 정산종사의 천명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대종사는 정산종사를 모시고 와서는 바로 공부시키지 않고, "송도군을 옥녀봉 아래에 미리 마련한 토굴 속에 기거케 하시고, 밤에만 도실에 나와 팔위(八位) 단원과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하게 하시었다"(〈대종경선외록〉 사제제우장 10절)라고 하여, 정산종사가 그 시대에 유행하던 신통이나 이적을 쫓아가던 마음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가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정괘(鼎卦) 첫 효인 초육(初六)에서는 "정이 발을 뒤엎어서 비색된 것을 내보냄이 이로우니 첩을 얻으면 그 자식이 허물이 없는 것이다. 상에서 말하기를 정이 발을 뒤엎으나 아직 어그러지지는 않는 것이고, 비색된 것을 내보냄이 이로운 것은 귀함을 쫓아가는 것이다(初六은 鼎이 顚趾나 利出否하니 得妾하면 以其子ㅣ无咎리라. 象曰鼎顚趾나 未悖也오 利出否는 以從貴也라)"고 하여, 귀하게 쓰기 위해서 솥을 뒤집어서 비색된 것을 내보낸다고 했다. 즉, 대종사는 정산종사를 귀하게 쓰기 위해서 비색(否塞)된 것을 내보내기 위해 일정기간 토굴에 기거케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성인의 일은 이와 같이 미리 예비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주역〉 서괘(序卦)에서는 "만물을 바꾸는 것은 정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革物者ㅣ莫若鼎이라)"하고, 잡괘(雜卦)에서는 "정은 새로운 것을 취하는 것이다(鼎은 取新也라)"라고 하여, 정은 새로운 세상을 위해 만물의 뜻을 바꾸는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정산종사는 이제 묵은 세상을 새 세상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대종사의 뜻을 받들어, '민중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으로써, 새 성자에 의한 새 사상 새 종교를 더욱 기다리게 되었다'고 했다. (〈원불교 교사〉 6.말법현상과 구주출세) 대종사는 새 세상의 주세불로 이 땅에 다시 오셨고, 새 부처님께서 세운 새 회상은 새 세상의 주세 회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즉, 정산종사는 새로운 질서의 새로운 정법(正法)인 대종사의 법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은 분임을 알 수 있다.

/원광대학교

[2017년 1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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