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상 작가] 영가가 시드파 바르도에 머무는 기간은 22일 동안이다. 그 동안 영가는 '거침없이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었다. 영가는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가 아니라 영체(靈體)이다.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는 색이고 비물질로 이루어진 영체는 공이다. 그러나 영체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색체(色體)이다.

영가는 '바위나 언덕, 돌멩이나 흙, 집 그리고 수미산까지도 거침없이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가는 생전에 살고 있던 집 주변은 물론이고 다른 별까지도 여행할 수 있다. 시드파 바르도는 물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상대성의 공간이 아니라 물리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절대성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드파 바르도에서의 여행은 즐거운 여행이 아니다. 영가는 본인의 육체가 불에 타고, 뼈가 쇠절구에서 쇠뭉치로 빻아지며, 흙 속에 묻히거나, 바닷가 바위 위에 풀과 함께 두어 바람에 풍화되게 하거나,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새에게 내주거나, 몸을 토막 내어 늑대 먹이로 내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영가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영가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 자궁으로나 들어가려고 몸부림을 칠 것이다. 이것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옴마니밧메훔' 육자 진언이나 '성주'를 귀담아 듣고 그 상태를 명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성교 중인 자궁의 주인이 암퇘지나 뱀이라고 하더라도 가리지 않고 뛰어들게 된다.

가족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성주를 소리 높여 독경하여 영가가 들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영가는 어떠한 자각도 못하고 축생계로 뛰어 들어가게 된다. 그만큼 시드파 바르도는 무서운 곳이다. 영가가 지닌 카르마에 따라 사후의 심판을 받기도 전에 죽음과 여행의 고통을 못 이겨 아무 자궁으로나 뛰어드는 곳이 시드파 바드로이기 때문이다.

49일 동안의 사후세계 여행이 끝날 즈음에 가족들은 마지막 천도재를 올린다. 영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천도재이다. 종재에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영가를 위해 정성을 쏟아주어야 한다. 정성이 부족하면 49일 이후의 환생여행에서 여비도 부족하고 기운도 떨어져서 진급을 못하고 강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이란 얼마나 많이 성주를 해주느냐에 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성주를 하면 그만큼 은혜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정성으로 모아진 재비를 공익사업이나 교화사업, 나눔에 사용하게 되면 또 그만큼 영가에게 힘이 실리게 되는 것이다.

종재는 49재의 마지막 천도재이지 모든 천도재의 끝이 아니다. 종재가 끝나고 나면 영가는 카르마에 따라 사후 심판을 받고 환생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49일 동안의 바르도 이후에도 여행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사후의 심판은 찰나의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염라대왕 앞에서 카르마의 거울을 보며 천천히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당에서 기획하는 특별천도재에 명부를 올리거나 따로 천도재를 올려 영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사후심판의 기간일지라도 '성주'와 '후생길 인도하는 법설'을 듣고 대각해 영원한 해탈천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일교당

[2017년 1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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