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당에서 준 김장김치를 갖다드리러 사가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출출하기도 하여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커피 한 잔을 사러 가는 길에 떡볶이가 1500원에 반짝 세일을 한다는 문구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 주문을 했다. 옆에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오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카운터로 갔다. "떡볶이 하나요." 그러자 계산을 하는 분이 나를 보더니 "교무님이시죠?" 하며 돈을 받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가져 가서 드세요"

"어? 원불교 다니세요?" "예~" 하며 멋쩍게 웃는 교도님을 보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손님이 밀려있는 상황이라 얼른 떡볶이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떡볶이 한 그릇을 놓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교도님이나 교무님을 우연치 않게 만나서 사준 적은 종종 있었지만, 모르는 분이 단지 나의 외적인 모습을 보고 교무님이냐며 돈을 받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전무출신을 하면서 이 머리와 복장이 참 불편하고 힘든 점이 많았다. 시대에 맞지 않은 스타일 때문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하고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 모습 때문에 교무라는 것을 알아보고 떡볶이 한 그릇을 얻었으니 득과 실이 공존하는 지금 이 현실이 참 아이러니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전무출신임을 잊지 않고 몸과 마음가짐을 다시금 잘 챙겨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사명감이 샘솟았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전무출신(專務出身)은 원래 정신과 육신을 오로지 공중에 바친 터인지라, 개인의 명예와 권리와 이욕은 불고하고, 오직 공사에만 전력하는 것이 본분이어늘, 근래에 어떤 사람을 보면 점점 처음 마음을 잊어버리고 딴 트집이 생겨나서 공연한 원망을 품기도 하고 의 아닌 사량심(思量心)도 일어내어 남을 위한다는 사람이 자기 본위로 생각이 변해지고 있으니, 이 어찌 전무출신의 본분이라 하리요. (중략) 내가 남을 위하는 전무출신인가 남에게 위함을 바라는 전무출신인가를 잘 살펴서, 남을 위하는 전무출신이면 그대로 꾸준히 진행하려니와, 만일 남에게 위함을 바라는 전무출신이어든 바로 그 정신을 고치든지, 그 정신이 끝내 고쳐지지 못하거든 차라리 사가로 돌아가서 당초에 원하지 아니한 큰 죄업이 앞에 쌓이지 않도록 하라." (〈대종경〉 교단품 7장)

출가식을 앞두고 내 마음에 비추어 많이 대조했던 법문이다. 남을 위하는 전무출신을 될 것인지, 남에게 위함을 받는 전무출신이 될 것인지를 말이다. 출가를 하면서부터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나를 보고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나를 놓고 남을 위해 그리고 세상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고자 성직의 길을 택한 나인데 자칫하면 나를 위해서만 살기 쉽고, 남들이 나를 받들어 주고 알아주는 것에 도취되어서 도리어 죄를 더 많이 짓고 정신 못 차릴 수 있겠다 싶었다.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내가 편한 대로만 흘러서 살아가게 된다. 떡볶이 한 그릇에 나의 초심을 챙기고 전무출신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 글을 통해 백양사휴게소 교도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광주교당

[2017년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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