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로 머리를 들고 나와야 할 적막한 수양도 때 바삐 기치를 높이 해야 할 것이요. 생활을 등지던 위선도 때를 앞질러 대중 속에서 호흡을 같이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양은 산 인격을 이루게 하는 것이요 산 인격은 새로운 생활을 개척하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소견에 억매이기 쉽고 자기 울안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결코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변해 가는 역사 앞에 과거는 멀어지고 현실은 스스로 다가선다.
이러므로 소견에 고집할 것도 없고 울안에 집착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일체 만유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사람이 자기 능력에 따라 할 때 소유하는 양의 다과와 다듬어진 인격의 지체에서 고하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기 행위에서 맺어진 결과는 좋으면 좋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오래오래 간직하여 스스로의 능력의 그릇이 되고 苦와 樂의 씨가 된다. 여기에서 다가온 현실을 보람있게 살고 복된 미래를 향해 노력하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양의 참다운 모습은 자기 인격을 개조하는데 있고 대중을 위해 봉사하는데 있으며 역사를 새로 창조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치를 계시나 명상에서 만이 얻어지는 것으로 오인하고 생활을 등저 수양에만 몰두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으나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여기에 모든 것은 숨어있다.
처음 태어난 영아는 이름이 없다. 그러나 이에 이름이 붙고 호가 따른다.
법을 가르치는 방편도 이같이 참은 아니다. 모든 이름을 지어 세운 방편을 초연하게 넘어서서 집념과 고뇌가 없는 환한 마음으로 현실을 걸림 없이 요리할 때 우주는 내 집으로, 만 생령은 나의 권속으로, 대지 강산은 나의 살림으로 국한없이 방편과 차별을 한집안에 모을 것이다. 여기에서 천만 이치가 밝아지는 것이요, 뭇 조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과 정 사이에 항상 맑은 마음을 가지며 일의 대소에 바른 소견을 나타내서 잡다한 생활을 원만하고 질서 있게 이끌어 가고 도약하는 시대를 앞서 포착하여 몸소 앞장서며 대중의 복리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는 전세계 인류의 복된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수양하는 보람이 될 것이다.

이형원(구포지부교무)


원심록은 일상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대로를 옮기는 난으로 3인이 한 단이 되어 3개월씩 집필합니다.
제1회단 필진 : 이형원(구포지부 교무), 송순봉(순교무), 신도형(동산선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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