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위기는 음양상승하는 진리의 작용
새해는 올해보다 더 행복한 해가 될 것

원기102년을 몇 단어로 정리하라면 변화, 위기, 희망이라고 하겠다. 변화의 열망은 지난해 말부터 거리의 촛불로 모여들어 마침내 지난 정부를 중단시키고 5월에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다. 한 해 동안 새 정부는 새로운 국정목표 아래 전과는 다른 정책을 풀어 놓았다. 특히 경제 정책의 변화는 아주 컸다.

새 정부는 낙수효과가 아닌 분수효과를 얘기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라는 기치를 내걸고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책 등을 크게 바꾸었다. 새 정부가 불러온 변화는 지금까지는 상당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새해에는 그 변화들이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바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변화가 항상 순조로운 배경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지난 정부의 탄핵과 새 정부로의 교체 과정은 국가적 위기가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이 성숙하였기에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평화적으로 정권이 교체되었고, 정치세력 간 갈등과 정책에 대한 의견 다툼은 여전히 있지만 세계 어느 민주국가나 겪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새해에도 이 다툼은 계속 되겠지만 우리가 다룰 수 없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올해의 진짜 위기는 북한과의 관계에 있었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 개발을 멈추지 않고 몇 차례의 대륙간탄도탄 실험과 한 차례의 핵 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이라는 망령을 다시 불러올 듯 했다.

국내, 국제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고 제재조치들이 실행되기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고 새해가 되더라도 북한이 행동을 바꿀 가능성은 사실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북한의 위협은 결국 성주에 사드 배치라는 원불교 교단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왔다.

교도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고 배치 철회와 저지를 위해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이 노력했지만 결국 그 결과를 막지는 못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변화와 위기 속에서 우리는 또 희망을 보았다. 2014년 4월16일에 대부분이 젊은 학생이었던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큰 아픔이었다. 희생자를 잘 보내고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작업이 신속히 이뤄져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러지 못했다.

원불교에서도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종교행사에 참여하고 원기101년에는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를 지내면서 영가들의 해탈 천도를 기원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은 계속되었다. 올해 3월에 마침내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미수습자의 수색작업이 진행되었다. 비록 5명의 흔적은 끝내 찾지 못했지만 올해 11월 유족들은 마침내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삶의 다음 장을 열기로 했다. 안타깝지만 유족들에게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희망을 찾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생각해 보면 변화와 위기는 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단체, 가정, 개인이나 다 겪는 삶의 과정이다. 원기102년을 시작하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일을 다짐하고 실천하였을 것이며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 어려운 일을 당하고 위기를 겪은 사람이나 가정, 단체도 적잖았을 것이다. 그 위기를 잘 극복한 이도 있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위기에서 위기로 이어 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인과보응하고 음양상승하는 진리의 작용임을 아는 이는 진급의 길을 찾았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는 헤매거나 강급하는 괴로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세우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대종사는 아무리 악인이라도 희망을 갖고 마음을 돌리면 불보살이 될 수 있다고 하였고 정산종사는 아무리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는 진보하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원기103년은 102년보다 더 나은 해, 더 행복한 해가 될 것이다.

희망이 있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은 극복하리라는 희망, 잘못된 것은 고치리라는 희망,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하리라는 희망이 있는 한 그것을 실현할 기회는 온다. 끝까지 구하면 얻어 지고 진심으로 원하면 이뤄지고 정성껏 노력하면 되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마포교당·한양대교수

[2017년 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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