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 / 원광대학교

〈주역〉으로 드러나는 발심 주문에 담긴 원불교 교리
우주신은 천원의 이치 담고 있어

[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원불교의 교리 형성을 현상적 입장에서 보면 〈법의대전〉 등을 거치면서 〈정전〉과 〈대종경〉으로 완성되었다고 하겠지만, 근원적 입장에서 보면 대종사의 대각에는 이미 교리의 근본이 담겨져 있고 이것이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이것을 〈주역〉에서는 순(順)과 역(逆)의 이치로 설명하고 있다.

즉, 대종사의 대각에 담겨진 하늘의 뜻이 세상에 드러나는 입장이 순이라면, 현상에서 역사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논하는 입장은 역이라 하겠다. 본질적으로 순역(順逆)은 둘이 아니지만, 성인의 가르침은 순(順)의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순의 입장에서 원불교 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종사의 발심 주문에서 출발해야한다. 대종사는 22세부터 스스로 의심을 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결심을 하면서 떠오른 주문을 외우고, 마당바위 옆 초당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등의 구도(求道)를 통해 대각을 이루게 된 것이다. 대종사의 대각과 직접 관련된 발심 주문에는 원불교의 핵심적 교리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대종경선외록〉에서는 "대종사 발심하신 후로부터 주야 없이 솟아오르는 주문(呪文) 두 절(節)이 있다. 하나는 '우주신 적기적기(宇宙神 適氣適氣)'라는 주문인 바 그 후 어쩐 줄 모르게 '시방신 접기접기(十方神 接氣接氣)'라고 고쳐 불러졌다.

또 한 절은 '일타동공 일타래(一陀同功 一陀來) 이타동공 이타래 삼타동공 삼타래 사타동공 사타래 오타동공 오타래 육타동공 육타래 칠타동공 칠타래 팔타동공 팔타래 구타동공 구타래 십타동공 십타래'라는 주문이었다. 이 두 가지 주문은 구도 당시 기도를 올리실 때마다 늘 부르셨다 한다"라고 하여, 당시 대종사의 발심 주문을 밝히고 있다.

이에 '우주신 적기적기'와 '시방신 접기접기' 그리고 '일타동공 일타래 이타동공 이타래 삼타동공 삼타래 사타동공 사타래 오타동공 오타래 육타동공 육타래 칠타동공 칠타래 팔타동공 팔타래 구타동공 구타래 십타동공 십타래' 3부분으로 나누어 〈주역〉을 통해 그 속에 담겨진 교리의 대체를 찾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우주신 적기적기'는 '우주(宇宙)'와 '신(神)' 그리고 '적기(適氣)'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우주(宇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주역〉에 없으나, 천지(天地)와 대응되는 개념으로 '아득하고 누런 것은 하늘과 땅이 섞인 것이니 하늘은 아득하고 땅은 누렇다'라 하고, 이것을 〈천자문〉에서는 '하늘과 땅은 아득하고 누렇고, 우주는 넓고 거칠다'라고 하여, 우주와 천지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하늘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아득한 뜻을 가지고 있고, 땅은 하늘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우주'는 천원(天圓)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神)은 보일 시(示)와 납 신(申)으로 구성되고, 다시 시(示)는 이(二, 음양·천지)와 소(小)로 음양(陰陽)이 작게 작게 드러난다는 뜻이고, 신(申)은 구(口)와 십(十)으로 하늘이 땅에서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은 음양의 작용이 땅에서 드러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주역〉에서는 '음이다 양이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을 신'이라 하고, '신은 만물이 묘합되어 말씀이 된 것'이라 하여, 음양이나 만물이 조화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신을 규정하는 개념인 음양을 '천도(天道)를 세워서 음과 양이라 한다'라고 하여, 음양이 천도의 작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주신(宇宙神)은 천도(天道)의 음양 작용이 하나가 된 것으로 일원상의 진리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역〉에서는 하늘의 덕은 '둥글고 신명한 것이며(圓而神)'라 하여, 천도를 상징하는 천원(天圓)과 신(神)을 함께 논해 일원상(一圓相)의 진리와 서로 통함을 알 수 있다. 〈정전〉에서도 일원상의 진리를 설명하면서 음양의 상승(相勝)작용이 인과 보응의 이치임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의 적기는 '기에 나아가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기(氣)에 나아간다는 것은 신(神)의 작용에 감응하는 것으로 바로 하늘의 작용에 감통하는 것이다. 즉, 적기는 대종사의 기운이 천도에 감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우주와 일원상의 진리의 관계를 우리는 〈정전〉과 〈대종경〉에서 명확한 내역을 사실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정전〉에서는 "일원(一圓)은 우주 만유의 본원이며"·"진공 묘유의 조화는 우주 만유를 통하여 무시광겁(無始曠劫)에 은현자재(隱顯自在)하는 것이 곧 일원상의 진리니라"라 하고, (〈대종경〉 인과품)에서도 "천지에 사시 순환하는 이치를 따라 만물에 생로병사의 변화가 있고, 우주에 음양 상승하는 도를 따라 인간에 선악 인과의 보응이 있게 되나니"라고 하여, 일원상의 진리를 설명할 때는 '우주'를 함께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종사의 발심 주문 속에는 대각의 내용이 온전히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지는 '시방신 접기접기'에 담겨진 교리도 〈주역〉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어지게 된다.

[2017년 12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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