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역사적 교훈을 남겼을까? 교단 밖의 변화보다 교단 내부 동력에 대한 고민에 여전히 목이 마르다. '갈이천정(渴而穿井)',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한다'는 속담처럼 '내가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화두는 매 순간 머리를 가른다.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사건은 조계종 신임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불교를 불교답게, 신심 나는 불교를 만들겠다"며 '신심(信心), 원력(願力), 공심(公心)'의 캐치프레이즈를 들고 나온 일이다. 사실 설정스님이 제시한 신심, 원력, 공심은 소태산 대종사와 역대 스승들이 강조해 온 '신심, 공심, 공부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특별하지 않은 '신심, 원력, 공심'이 부처님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불교종단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땅에 떨어진 수행가풍을 진작시키는 최대의 비결이라 했다. 그리고 "이에 진력(盡力)하자, 있는 힘을 다하자"고 설정스님은 외쳤다.

우리도 깊이 새겨볼 일이다. 그러나 정신적 무장만 가지고는 변화의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원불교신문>에서는 지난해 '한국사회에서 바라본 원불교100년'이란 주제로 특별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진홍 교수는 소태산의 대각을 '이소성대(以小成大)란 매우 소박한 원리, 즉 "깨달음의 과정과정 속에서 법이 익어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저축조합, 방언공사 등 철저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생활종교로 걸어왔던 원불교다. 그러면서도 맑고 투명한 법풍을 진작해온 것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여기에 원불교 정신이 있다.

이러한 가풍이 오늘날 우리에게 현존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맑은 물이 솟아나야 생수(生水)다. 원불교는 우리사회에 생수가 되고 있는가? 종교적 회심의 주체가 되고 있는가?

이제 막연히 창립정신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가장 원불교다운 사회불공을 발굴하고 펼쳐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와 같은 대적공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 돌이켜보면, 이 하나의 행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교도들이 합심하고 일심을 모았던가.

이렇게 거룩했던 공익적 행보를 우리는 또 다시 '이벤트'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말만 이소성대다. 신심, 공심, 공부심을 시대정신에 들이대야 한다. 대한민국의 근원적 업장인 일제강점기·한국전쟁·산업화·민주화·재난재해 희생영령들을 위한 특별천도재 하나만 성공시켜도 우리의 시대적 책무는 다한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변화의 동력은 처음의 법, 이소성대, 무아봉공, 일심합력, 사무여한, 신심, 공심, 공부심과 같은 초심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신무장과 공익적 책무, 사실적 불공이 우리가 직접 파야 할 우물이다.

[2017년 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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