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교무
박성근 교무

출가하기 전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지어준 내 별명은 '마이너스 손'이었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지만 실패가 가져다주는 좌절감이 어떤 아픔인지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나의 20대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더 즐기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경험이 교화 현장에서도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교화를 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과연 성공을 할지 실패를 할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교당에서 생활을 하면서 위축된 삶을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든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래 튀지말고, 남들 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교화하자라는 마음이 나기도 한다. 출가 전 선배교무들에게 "처음 교당에 가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1년은 기존 그대로 살라"고 한 선배도 있고, "교화상황이 파악되는대로 자신의 스타일로 교화하라"고 한 선배도 있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과감하게는 아니더라도 변화를 선택했었다.

내가 교화현장에서 첫 용기를 낸 건 경북대학교 원불교동아리 교화였다. 경북대학교 원불교 동아리를 담당하면서 회원을 모집하지 못해 심적으로 큰 부담을 가졌었다. 꽃샘추위가 한창인 3월에 신입생 유치를 위해 3일간 청교협 교무들과 정말 열심히 캠퍼스 현장에 나가서 홍보를 했지만 결국 한 명도 가입시키지 못했다. 결과로 보면 실패였다. 3개월을 보내고 나니 '뭐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에 혼자서 과감하게 리모델링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잘하지도 않던 페이스북을 통해서 계속해서 동아리의 존재를 알렸다. 천천히 변화가 찾아오게 됐다. 특히나 그 당시 젊은 사람들에게 유행했던 달콤창고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은혜창고를 했었고, 실제로 한 명이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방으로 찾아오기도 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P&G, IDEO, BMW, 3M, 혼다 등의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일찌감치 실패상을 시상하거나 실패파티를 여는 방식을 통해 실패를 공론화하며, 실패를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실패가 두려워 머뭇거리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들이 인생에서 범하는 최대의 실수는 실패를 두려워하여 끊임없이 겁을 먹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앨버트 하버드의 말처럼 우리는 실패 자체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으면 결코 새로운 무언가는 생겨나지 않는다. 이것은 나를 비롯한 청소년담당교무를 향한 외침이 아니다.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청소년교화가 교단의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정책을 토론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고민하지만 결국에는 기존의 방식대로 돌아가기 일쑤다. 교정원에서 앞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교화구조개선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청소년 교화에 대한 부분에서는 대상별 전문교화, 청소년전용교당 설치 등은 개인적으로 시행돼도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청소년교화가 어렵다면,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새롭게 시도하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올해 서울교구 학생분과에서는 몇 년 만에 교구 단위 학생훈련을 계획 중이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준비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두렵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는 우리에게 아직 도전을 향한 젊음의 피가 흐르고 있다.

/ 돈암교당

[2017년 12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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