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는 조업을 오가는 선원들, 낮에는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유일의 충무새벽시장.

부산의 떠오르는 명소 충무새벽시장. 부산여행의 필수 자갈치시장이 외지인들의 관광지라면, 바로 골목 꺾으면 펼쳐지는 충무새벽시장은 바다사나이들의 삶의 현장으로  꼽힌다. 불과 몇 발자국 사이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이곳은 이른 시간 영업과 저렴한 가격 덕분에 바다일꾼이나 부산시민들이 주로 찾던 생활형 장터다. 그런데 최근 이 충무새벽시장이 야심찬 청사진으로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자갈치시장 인접, 선원 대상 새벽장사
관광지로서의 부산이 자리잡은 것은 그 기원을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라고들 본다.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를 극장 밀집지자 아시아 영상문화의 메카로 끌어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보다도 1년, 전주국제영화제보다도 4년 빨랐다. 숙박업소가 생기고, 풍경과 거리가 정돈됐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관광 코스가 생겨났다. 더구나 서울-부산 KTX 개통으로, 이제는 부산당일치기 여행도 자연스러워졌다.

부산의 창구가 역이 되다보니 자연히 이를 중심으로 관광이 발달됐다. 기존에 필수였던 이기대, 서면, 동래온천, 해동용궁사 등이 다소 지고, 부산역과 가까운 국제시장, 남포동, 영도다리, 감천문화마을 그리고 자갈치시장 등이 떠올랐다. 그 중 자갈치시장은 역과 도보로 15분, 대중교통으로 10분만에 갈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은 물론, 항구와 시장 풍경과 다양한 먹거리로 단숨에 스타가 돼, 주말이면 10만명이 찾고 있다.   

자갈치시장과 바로 붙어있는 시장이 바로 부산시민들의 생활형 장터 충무새벽시장이다. 해산물 일색인 자갈치시장과는 다르게 야채와 육류, 과일 등이 고루 섞여있고, 대부분의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신발가게, 그릇가게도 포진해있다. 자갈치에는 넘쳐나는 시장 상인들의 호객도 없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손에는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시장가는 길에 만난 택시운전사 박점수 씨는 "자갈치시장에서 간혹 바가지를 쓰거나 비싸다는 손님들도 있어 부산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바로 옆 충무새벽시장은 부산사람들이 가는 싸고 정직한 이미지라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충무새벽시장은 '새벽'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오전3~4시 영업을 시작, 저녁 전에 장사를 마친다. 오전에 열어 점심~밤장사를 하는 자갈치시장과 다른 스케줄은, 이 곳이 바다 일꾼들의 쉼터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꼭두새벽 배타고 나가 조업을 하고 돌아오면 그제야 어스름 해가 뜨는 바다사람들의 시간에 맞춰, 충무새벽시장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밥김이 오른다.

1974년 시장이 막 문을 열었을 때는 새벽1~2시에 시작, 아침9시에 장사를 접었다.  그러나 점점 조업이 나빠지고 경기도 안 좋아지다보니 일상적으로 낮장사까지 한다. 이렇게 새벽에는 선원, 낮에는 시민이라는 두 개의 고객층을 갖고 있는 시장은 전국에 충무새벽시장 뿐이다. 

여인숙은 장기조업을 나가는 선원들의 쉼터다.

뱃사람 위한 선지국밥·여인숙·작업복가게
자갈치 끝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시작되는 새벽시장의 첫 가게는 '선원들의 소울푸드' 선지국밥집이다. 예닐곱개의 가게가 더운 김을 뿜어내는데, 선지국밥·선지국수를 3천원에, 돼지껍데기를 4천원 안팎에 먹을 수 있다. 주로 선원들이나 새벽시장 상인들의 배를 채우는 인심좋은 한 그릇은 단 5백원도 올리기 어려워 10년 넘게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제옷 가게에서 매서운 바닷바람에 맞설 두툼한 작업복과 구제옷 2~3장을 5천원에 팔고 있다. 단촐한 1, 2층 건물에 '난방완비'를 써붙인 십수 개의 여인숙은 한번 나가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있다오는 선원들의 잠자리로, 하루 몇 천원 혹은 '달방'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선원들이 대폭 늘어, 아예 간판이 외국인 전용 숙소 및 식당도 많이 눈에 띈다. 맞은편 골목은 장기조업을 떠나는 배에 부식을 공급하는 가게들로 야채, 육류, 조미료 등을 대규모로 판매한다. 매일 이른 아침 점심 장사를 위해 물건을 떼러 나온 인근 작은 식당들도 고객이다.

관광객이 아닌, 선원과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충무새벽시장은 저렴하고 정직하다고 평가받는다.

새벽·해안·골목 합쳐 새안골시장 변모
독특한 배경과 스토리텔링을 발판삼아, 충무새벽시장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관광특화된 자갈치시장을 넘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가 움직인 것이다. 충무시장이라고 통칭하는 새벽시장과 해안시장, 골목시장을 합쳐 '새·안·골'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새안골 시장축제는 젊은 감성을 담은 이벤트로 진행됐다. 제한된 금액으로 시장에서 재료를 구매한 뒤 솜씨를 뽐내는 '요리경연대회',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인생사진관', 시장 곳곳을 다니며 모으는 '스탬프 릴레이' 등이 인기를 끌었다. 앞서 시장 한복판에 책걸상을 내놓고 연 어린이사생대회와 백일장 수상작들도 전시돼, 모처럼 전통시장에 어린이 및 젊은 세대 가족들이 북적였다.

국내 유통되는 90%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는 고등어를 테마로 한 이벤트도 풍성했다. 고등어 모양 열쇠고리를 만들거나, 고등어요리 시식, 고등어 포토존에서 사진 실력도 뽐냈다. 참가자들에게 돌아간 선물도 물론 고등어다.    

새안골 전통시장축제를 이어가는 한편, 충무새벽시장은 지자체와 함께 부산공동어시장까지를 잇는 '부산 원도심 시장길' 형성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편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항구가 잘 보이는 전망대를 설치하고 간판을 통일시키는 한편, 벽화 그리기 등도 진행하고 있다. 

'부산에 온 김에 시장에 들르는 게 아닌, 시장을 여행하러 부산에 오게 하자'는 다부진 목표로 한걸음씩 떼는 관광부산. 이제는 전통시장이 관광산업의 가장 큰 재료이자 콘텐츠임을 부산에서 보여주고 있다.

※ 새벽시장과 가까운 부산울산교구청, 토성·남부민교당도 인접
충무새벽시장 및 새안골시장, 자갈치시장, 남포동 일대를 둘러보는 '부산시장여행' 혹은 '부산 원도심 도보여행'은 부산의 겉모습과 민낯을 속속 볼 수 있는 인기코스로, 골목골목 바닷가 특유의 먹거리들과 특색있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자갈치시장에서 불과 700m 거리에 부산울산교구, 부산교당, 부산원음방송, 은혜마트 그리고 바로 이웃한 부산원광신용협동조합이 있다.

부산울산교구는 전통시장이자 관광지, 많은 유동인구라는 지리적 조건이  장점으로 손꼽힌다. 다른 지역 교도들이 놀러와 광복동, 부산BIFF거리, 보수동을 걷다보면 일원상이 있어 반가웠다는 이야기도 많다.

영화 '국제시장(2014년)'에 나왔던 그 '꽃분이네'와 불과 200m니 오가면서 몇 번이고 마주칠 거리다. 부산울산교구 외에도 토성교당과 남부민교당이 충무해안시장과 2㎞ 이내 거리에 있다.

[2017년 12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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