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 기자

 서구사회의 근대 산업혁명을 배운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러고보니 2천년 동안 아무일도 없었던 인류가 어쩌다가 2백년 사이 이렇게 과학과 산업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게 됐는지 새삼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사실 근대 산업혁명기의 최대발명품이라 일컫는 증기기관은 기원 전후에 나타난 헬레니즘 시대부터 원리나 장치가 이미 발명됐다.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와 더불어 헤론(Heron)과 같은 고대 실험가들은 증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원리를 정리한 <기체학>을 정립했다. 소형 증기기구, 수력 오르간, 자동 성수기, 압력펌프 등도 발명했는데, 이렇게 보면 근대의 증기기관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2천년이 지나서야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월리엄 로젠은 <역사를 만든 위대한 아이디어>에서 당시 영국정부가 세계최초로 도입했던 특허제도와 더불어 '정확한 측정 기술'을 그 이유로 꼽았다. 증기기관의 상용화 또는 생산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게 정확한 측정값에 의한 피드백 데이터였다. 엔진의 정확한 출력값, 석탄 소비량의 가시적 측정, 매우 좁은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된 마이크로미터 발명 등은 마침내 증기기관의 대량생산 및 상용화 시대를 열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도가에서 정확한 측정을 매우 중요시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소태산이다. 손에도 잡히지 않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마음을 측정하기 위해 그는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정하고 일기로 기재토록 했다. 뿐만 아니라 상시훈련과 정기훈련, 교화단 조직, 불법연구회 규약 등은 자기변화를 위한 마음측정을 객관적으로 또는 능동적으로 보완시키기 위한 피드백 장치들이다. 이는 과학뿐 아니라 도학에서도 정확하고 가시적인 측정에 따라 마음이나 기질도 변화나 혁신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증거기반경영(Evidence-based management, EBMgt, EBM)이나 증거기반 정책수립(Evidence-Based Policy-making, EBP) 등 최근 등장해 주목받는 개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확한 측정과 데이터는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월스트리스저널에 기고했던 '가장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다'는 글처럼 실제로 이러한 피드백 과정과 정확한 측정을 위해 진행되어야 할 일들을 우리는 생각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만큼 타성에 빠져있거나, 정확한 측정을 위해 들여야 할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야 한다. 2천년간 일어나지 않았던 산업혁명이 2백년 사이 3차례나 지나갔고, 주세성자인 소태산 대종사가 그토록 정확한 마음측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고.

[제1873호/2018년1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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