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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녀교육의 행복
타자녀교육의 행복
  • 원불교신문
  • 승인 2018.01.05
  • 호수 18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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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넓게 보면 한 가정, 은혜는 이웃에 베풀고 나눠야
타자녀교육, 아이들 자력 키우고 인류문명 촉진하는 길
허재원 교도 / 제주교구 청운회장
허재원 교도 / 제주교구 청운회장

깊은 밤 사무실. 야근하다가 컴퓨터 화면에 '경은이' 사진을 잠시 띄워놓고 혼자 히죽히죽 웃고 있다. 손가락으로 한쪽 볼을 살짝 만지는 애교를 보였다가, 또 손바닥으로 깡충깡충 토끼모양을 하며 나타났다가, 어느새 머리위로 하트모양을 하며 배시시 웃고 있다. 짧은 머리지만 자연스럽게 파마한 모습이 더욱 귀엽다. 그 모습이 나에게 미소로 번져와 떠날 줄 모른다. 집에 들어가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등에 올라타서 나를 즐겁게 해줄 녀석을 생각하면 퇴근길이 마냥 즐거웠다. 내 딸을 키울 때는 느껴보지 못한 재미였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있다.

10여 년 전쯤,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보답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자녀가 딸 한 명 뿐인 아내와 나는 '타자녀교육'을 실천하기로 했다. 경은이의 할머니는 경미한 정신지체가 있고, 엄마는 미혼모인데 우울증이 있어 종종 가출을 했다. 이러한 환경에 처한 경은이가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5살 때 우리 집에 왔다. 처음 두 달 정도는 말도 안 하고 낯을 가렸는데, 차츰 아내 혜인님의 성격을 닮아 쾌활하고 밝게 성장해 줬다. 우리와 함께 외출을 하면 사람들에게 먼저 장난을 걸곤 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신경 쓸 일이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갈 때에는 아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려 "넌 누구니?" 등 아이가 답변하기 곤란한 대화가 오가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정도였다. 친딸은 학업이나 유학 등으로 집을 비우는 기간이 많았다. 그럴 때면 경은이가 특유의 애교로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고, 심성이 착해 소소한 심부름까지 하니 우리가 더 큰 은혜를 받은 셈이다.

참 행복이란 무엇일까. 깊이 있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경은이와 함께하면서 보다 아름답고 깊이 있는 삶의 맛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벌써 시간이 흘러 새해에는 경은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다. 경은이는 지금 생활이 많이 안정된 친엄마와 같이 생활하고 있다. 자주 못 보게 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집에 자주 놀러오고 토요일마다 학생법회에도 참석한다. 맛있는 음식이나 과일이 생기면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경은이가 나를 부르는 호칭은 '큰아빠'이지만 우린 큰아빠와 조카 딸보다 더 가까운 가족이다. 살다보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경은이 집에 혹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이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멋진 사람이 되도록 대화도 하고 꾸중도 할 것이다. 주변에서 간혹 '저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내고 서운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사회를 넓게 보면 한 가정이고, 그동안 사회로부터 입은 은혜를 이웃 가족에게 일부분 돌려주는 행위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제주교구에서는 전귀연 교도를 중심으로 112명의 아프리카 아동들과 1:1 후원결연을 맺고 있다. 한 학생당 매년 30만원의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고 매년 후원자가 늘고 있다. 오늘은 아프리카 까풍아교당을 통해 인연을 맺은 고등학교 2학년(우리나라 중3) Elulakeui 학생으로부터 "덕분에 학업을 계속할 수 있으며, 이번 학기말 시험에 좋은 성적을 얻어 3학년에 진급합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성취하겠습니다"라는 감동의 편지를 받았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일찍부터 좋은 인연으로 후원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을 생각하면 우리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우리 집에 거주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우리나라 대학에 장학생으로 다닐 수 있도록 연결되면 좋겠다.
대종사는 사요 '타자녀교육'에서 "모든 후진을 두루 교육함으로써 세상의 문명을 촉진시키고 일체 동포가 다 같이 낙원의 생활을 하자"고 했다. 타자녀교육은 아이들이 자력을 얻는 길이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길이며, 인류의 문명을 열어가는 중요한 길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귀여운 아이들을 새로운 식구로 맞이해 보자. 나 자신의 삶에는 건강과 활력이 되고, 집안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에는 주변 환경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 원불교 가정이 아이들이 성장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양육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1873호/2018년1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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