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발심 주문 두 번째 이야기는 '시방신 접기접기'로 '시방(十方)'과 '접기(接氣)'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대종사께서는 '회상 최초의 단을 조직하신 후, 이 단은 곧 시방 세계를 응하여 조직된 것이니 단장은 하늘을 응하고 중앙(中央)은 땅을 응하였으며, 팔인 단원은 팔방을 응한 것이라, 펴서 말하면 이 단이 곧 시방을 대표하고 거두어 말하면, 시방을 곧 한 몸에 합한 이치니라'라고 했다. 즉, 시방(十方)은 중앙의 상하(上下)와 팔방으로 이 세상에 펼쳐질 회상의 기본 방위임을 제시하고 있다. 시방에서 중앙의 상하를 제외한 팔방(八方)은 <주역>에서 진리를 표상하는 팔괘도의 방위와 일치하고 있다.

대종사께서는 회상건설 초기에 불법연구회 단기(團旗)를 팔괘기(八卦旗)로 만들었고, 9인 선진의 기도에서 중앙과 팔방의 방위에 따라 기도봉을 정하고 팔괘기를 기도 장소에 세우게 했기 때문에 팔방이 팔괘도의 방위임을 알 수 있다. 초기에 교단기를 팔괘기로 했다는 것은 <주역>의 팔괘도를 통해 대종사의 가르침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고, 이는 대종사 대각의 내용이 팔괘도의 이치와 일치한다는 것이다.(대종사께서 직접 만든 팔괘기가 담고 있는 철학적 의미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주역>에서 팔괘도는 진리를 표상하는 것으로 네 정방과 네 모퉁이 방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핵심 원리는 사상(四象)으로 집약된다.

역학사에서 소옹(邵雍·1011∼1077)은 팔괘도를 직접 사상으로 논하였고, 주희(朱熹·1130∼1200)도 하늘의 사상과 땅의 사상이 만나 팔괘가 됐기 때문에 사상이 팔괘를 구성하는 근본임을 논했다. <신화엄경론>을 저술한 이통현(李通玄·635∼730)이 화엄사상의 시방과 팔괘(八卦)를 직접 연결시키고 있다.

<주역>에서는 팔괘도로 표상되는 사상(四象)을 원형이정(元亨利貞)이라 하여 하늘의 작용으로 밝히고, 이 원형이정이 인간 본성에 내재화되어 인예의지(仁禮義知) 사덕(四德)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주역>의 인예의지는 원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은(四恩)의 진리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즉, 시방은 <주역>의 팔괘도의 팔방과 관계되고, 팔괘는 사상의 이치를 담고 있으며, 사상은 삶의 원리로 밝혀진 인예의지로 드러나고, 이것은 원불교의 사은의 진리와 서로 통하기 때문에 시방신은 사은의 진리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접기의 '접(接)'은 <주역>에서 지도(地道)를 상징하는 강(剛)과 유(柔)가 사귀는 것으로 땅에서 인간이 천지의 기운과 서로 사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주역>의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이치로 보면, 땅의 덕은 '방정함으로써 지혜롭고(方以知)', 지도(地道)를 상징하는 방(方)을 통해 시방(十方)은 땅의 이치를 담고 있다. 따라서 시방신 접기접기는 지방(地方)의 이치를 담고 있는 시방신을 통해 사은의 진리를 자각한 것이며, 앞에서 이야기한 우주신 적기적기는 천원(天圓)의 이치를 담고 있는 우주신(宇宙神)을 통해 일원상의 진리를 자각한 것으로 원불교의 핵심 교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

[2018년 1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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