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박성은 교무] 서품은 소태산의 포부와 경륜을 담은 일원회상의 건축에 대한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서품 15장은 소태산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게 되는데, 불법을 주체 삼아 설계도를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불법에 대한 전망을 보게 되는 희망이 담긴 내용이다.

남원 몽심재를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다. 주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건물과 조화를 이룬 모습에 감탄하며 숙연해졌다. 한옥은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구조로 한국의 혼을 느끼는 대표적 건축양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의 편리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옥은 체험마을에서나 경험하게 된다.

소태산은 앞으로 불교가 세계적 주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35년 4월에 소태산은 <조선불교혁신론>을 발행하며,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일원상 진리에 대한 신앙·수행과 삼학병진법을 밝혔다. 한옥이 가진 매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멀어지는 것은 시대변화에 대한 적응을 하지 못해서이다. 불법이 아무리 세계적인 주교가 될 요소가 있다고 하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고 그 법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변하지 않는 교당은 체험마을이 될 수 있다.

원광대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일본의 입정교성회 청년과 원광대 원불교동아리가 함께한 교류프로그램을 2번 진행했다. 입정교성회의 파격적인 시스템이 너무 인상 깊어 나에게 화두가 됐다. 입정교성회는 출가자가 없이 일정한 교육을 받은 신도들이 의식과 행정을 맡아 운영하는 재가불교단체였다. 그 활동과 영향력은 세계화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교화단법과 비슷한 구조로 공부와 문답감정이 이뤄지고 있고, 유무념 공부와 비슷한 마음챙김 공부가 단체의 약속처럼 지켜지고 있었다. 청소년 교도가 급격히 줄어든 시점에서 입정교성회 청년들의 활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농공상과 재가출가를 막론하고 불법을 공부할 수 있다는 소태산의 미래 불법에 대한 모습을 만나 반가운 면도 있었다.

미래 불법에 대한 모습에서 가장 달라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태산은 부처를 모시는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원불교 법당에는 부처의 형상이 없다.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방향으로 모시고 있다. 이것은 신앙과 수행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부처 한 사람만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우주만물이 지닌 불성 즉 자성불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래의 불교는 부처가 법당에 있지 않다. 어디서나 부처를 만나야 한다.

소태산은 불법을 전하는 형식을 과감히 변화시킨 설계자다. 시대와 대중의 흐름을 선도하는 선구자였다. 우리가 사는 교당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소태산의 뜻은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
한옥의 우수성을 요즘 외국인들이 더 알아보고 있다. 심지어는 매스컴에서 외국인들이 한옥의 특징과 편리성을 살려 개조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좋은 건축양식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즐겨야 그 전통이 이어진다. 소태산은 이미 시대와 대중의 흐름에 맞게 불법을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그 집을 누구나 즐기고 행복한 건축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와룡산수련원

[2018년1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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