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문 원무 / 어양교당, 원광디지털대학교 총장

신년법문으로 교정 정책과 공부방향 맥을 대야
어려운 때일수록 근본원인 찾고 해결책 실천해야

매년 연말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진 일, 생각대로 잘 안된 일, 기뻤던 일, 슬펐던 일 등을 되돌아보는 한편,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로 꿈과 희망에 부푼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원불교 교도들에겐 일반인들이 갖지 못하는 한 가지의 기대가 더 있다. 바로 종법사의 신년법문에 대한 기대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교도들은 새해를 맞이해 종법사께서 어떤 신년법문을 내려주실지 많은 기대를 하며 설레하는 것 같다.

종법사께서 새해 아침에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신년법문에는 교단의 새해 운영 방향은 물론 생활 속에서의 교법 실천, 국가 및 전 세계 인류가 유념하면서 정진 적공해야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특히 원불교인에게 있어 신년법문은 모두가 한 해 동안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소중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년법문은 2, 3개월만 지나면 많은 교도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자신들의 습관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종법사의 신년법문을 작은 나무에 새겨 신년하례 시 선물로 줘서 직장과 가정에 모시고 가끔씩 챙길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필자는 몇 년 전 한 교당에 초청돼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그 때가 5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교를 하다가 "교도님들! 올해 종법사께서 내려주신 신년법문으로 공부 잘하고 계시죠?"하고 물었더니 별 반응이 없었다. 필자는 다시 "그럼 퀴즈를 통해 올해 신년법문이 무엇인지 아시는 교도님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라고 했다. 그러나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물론 몇몇 교도님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겸양의 뜻에서 손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 설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필자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신년법문은 단지 원불교인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법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교정원 정책의 기본 방향과 교당의 설교 및 공부의 방향 등이 신년법문에 맥을 대야 한다. 즉, 교정 정책의 기본 방향에 신년법문의 정신이 녹아들어 있어야 하며, 각 교당의 한해  설교 내용과 마음공부 등 전반적인 내용이 신년법문과 맥을 같이해 전 교도의 신심·공심·공부심이 신년법문에 바탕 해 커나가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교당들 중에는 교도들이 실질적으로 신년법문에 바탕한 공부를 꾸준히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당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대각전 전면에 항상 신년법문을 모셔 놓고 교도들이 늘 유념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고, 교도들에게 신년법문 실천사례를 발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교당은 단회 시 신년법문 공부 내용을 발표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는 이처럼 신년법문을 잘 활용해 공부하는 교도님들을 뵈면 퍽 기뻤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 "새 교도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교도가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청소년 교화가 너무 어렵다" 등 희망보다는 불안을 느끼게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 근본 원인을 찾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 교단의 교화증진을 위해서는 참 공부인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받들었다. 그러므로 우리 교단에 훌륭한 공부인이 많이 나와 교화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종법사께서 매년 새해 아침에 내려주는 신년법문 받드는 것을 하나의 이벤트로 여겨서는 안 되며, 신년법문을 한 해 공부의 이정표로 삼아 교도들의 삶이 변화되고 생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무술년에도 어김없이 신년법문을 받들었다. "내가 나를 이기자, 보은의 길로 가자, 낙원을 개척하자"고 한 경산종법사의 신년법문이 우리 모두의 생활 속에서 항상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더 깊은 연마와 실천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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