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회계 관점, 교산 재정 흐름 불투명 정리 필요
정책 일관·방향성 중요, 법인문제 정치적 타협 가능

원기95년 12월23일 종법원에서 경산종법사가 1차 교구법인 분리를 시작한 대전충남·서울·부산교구장에게 교화발전기금을 전달하며 교화활성화를 당부했다.

 '교구자치, 법인분리에 발목 잡히나'


8년 차를 맞는 교구자치제 법인분리가 추진 방향을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대전충남, 서울, 부산울산교구 등 8개 교구의 법인 분리가 세무, 회계분야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예전 '재단법인 원불교'로의 통합과 대교구제 편제를 통한 법인분리 가속이 맞붙은 형국이다. 교구자치제는 원기78년 제31회 정기수위단회에서 결의한 '교구자치제 시행계획안 최종 확정'에서 비롯됐다. 수위단회 결의를 거쳤으나 실질적인 행정작업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어 오다 원기95년 10월14일 정기원의회에서 대전충남, 서울, 부산교구에 대한 교구법인 분리와 이에 따른 고유목적 교화사업용 부동산(교구 내 교당)을 이양하면서 법인분리가 본격화됐다. 17년만의 사실상 교구자치제의 행정 작업이었다. 

교정원·법인분리 교구와 온도차
예전 '재단법인 원불교' 법인으로 회귀할지, 권역별 대교구제로 방향을 잡을지에 대해 물밑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교정원은 통합에 무게를 뒀다면 대척점에 있는 교구관계자들은 법인분리 로드맵대로 진행, 권역별 대교구제 추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교구와 대전충남교구가 주최한 '교구법인 통합 다시 할 것인가?'토론회(본지 1868호)는 정점이었다. 공교롭게도 현 교정원과 법인분리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95-97 교정팀 간의 샅바싸움처럼 보여 지면서 온도차는 더욱 극명했다.  

최근 교정원 회계제도개선위원회로 발령 받은 이건종 교무는 "법인통합이든 분리 강화든 정책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되지만, 건물과 부동산을 해당 교구법인으로 이전할 때 발생되는 세금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고 속내를 밝혔다. '재단법인 원불교' 법인사무국 조성언 교무는 "법인분리에 따른 세무, 회계 등에 대한 문제 제기는 4년 전 법인국장으로서 했다"며 "법인분리 이후 교산 관리, 통장, 기부금 등 교단 자금 흐름이 엉망이 됐고 사용에 대한 관리도 안되는 등 담당자로서 큰 일이 났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법인업무행정편람> 발간을 비롯한 어린이집 전담 법인 직원채용, 법인실무자·영농조합·회계·노무·세무교육 순회와 현장지도를 지원하는 등 줄 수 있는 부분은 다 줬다는 주장이다. 

반면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법인분리 이후 교구자치제가 단계별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교구 양명일 사무국장은 "비영리법인 모(母) 법인에서 자회사 법인(교구)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구체적인 연구가 없었다"며 "중앙과 교구별 이전재산에 대한 사안별 정면 돌파를 해 봐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회계, 재무적 관점(통합)에서 법인분리를 바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교구는 재산이전의 쟁점이 됐던 어린이집 문제를 행정소송을 통해 폐원과 세금 없이 이전한 경험을 예로 들며 정치 외교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배현송 전 기획실장도 교구자치제 청사진은 대교구제로의 편제였다고 거들었다. 배 전 기획실장은 "그동안 건물과 부동산(세금발생) 이전에 대한 개별적인 교통정리를 못해 완전한 법인분리가 지체되고 있다"며 "교단 교구자치제는 여느 교정팀의 정책이 아니라 역대 종법사의 경륜사업이며 수위단회 결의사항은 물론 제3대 설계안에 담겨진 교단의 방향이다"고 역설했다.  
최정풍 대전충남교구장은 "현재 논의가 법인통합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며 "세무나 회계 등은 지엽적인 요소로 교단 운영의 큰 그림에서 교구법인을 바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기101년 11월 정기수위단회에서 그는 여전한 중앙총부 중심(중앙집권)의 회계, 행정을 비판했고, 법인분리 강화냐 원점으로의 통합이냐를 교정원이 결단해 명확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기102년 2월20일 상반기 교구장협의회에서 법인분리가 교구자치제 목적에 부합하다는 의견과 재단법인 원불교로 회귀하자는 교구장들의 의견이 맞섰다.

자치철학 충돌·로드맵 여부·대교구제 전환
교정원과 현장 교구와의 교구자치제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차는 커보였다. 교화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교구자치제에 대한 교정원의 생각은 대산종법사가 교단  3대 설계특별위원회에 유시한 '중앙총부는 신앙의 중심체, 법륜상전의 대성지니 총부 중심제와 교구 기관의 자치제를 잘 살리되 중심 체제를 확고히 할 것이니라'의 말씀처럼 중앙집권적 자치제를 표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현장 교구는 완전한 자치를 통한 교화활성화에 방점을 뒀다. 교구 내에서도 교당의 상황이 달라 효율적인 교화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중앙에서 지역의 특수 상황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현 시대의 흐름 역시 지방분권을 넘어 지방정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교구자치제 로드맵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양측은 어느 정도 수긍했다. 교정원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준비하면서 교단의 모든 역량을 이곳에 쏟았기 때문에 법인분리 로드맵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읽힌다. 8개 교구 법인분리로 교구자치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인식(착시현상)이 세부적인 이행작업을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됐다. 더 큰 문제는 법인분리 이후 교정원 구성원이 두 번 바뀌면서 '정책의 일관성, 방향성, 지속성'을 상실했다는 분석이다.

기획실의 기반과제인 교구 교화자치 역량 강화를 보면, 세부과제에 '대교구제 추진'이 들어 있다. 대교구제 방향 연구와 추진 등 대교구제의 위상과 역할 공유는 물론 관련법규 정비, 인사시행 등으로, 2기(100년-102년)는 방향연구에, 3기(103년-105년)는 대교구제 추진으로 로드맵 되어 있다. 대교구제와 맞물려 중앙총부 기능 조정 문제(성지기능 강화)도 거론됐다. 실무 담당자의 잦은 인사교체가 독이 된 셈이다. 교구자치제에 따른 교헌개정 작업을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정한 교구자치를 위해서는 교헌개정을 통해 자치제 교구에 힘을 실어주는 새 틀의 개정이 필요했다. 

법인분리 이후 8년, 절충안 대두
교구법인은 지난 8년간 세무, 회계, 관계 지자체와 교류를 통해 경험한 법인행정의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그간 쌓아 온 자치역량은 교단적으로도 귀중한 자산이자 교화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구법인 분리냐 법인 통합이냐 근본적 물음이 지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큰 흐름은 교구법인 분리로 가돼 약세교구는 모(母)법인으로 통합을 허용하고, 권역별 대교구제(현 교구제 유지) 편제로 법인업무만 통합하자는 절충안도 모색되고 있다. 법인전입금이나 교금, 교구지원금 등 법인 간의 거래도 해법을 찾는 등 다소 시간은 걸리더라도 완전한 교구법인 분리의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지역 자원 개발은 물론 맞춤 교화로 지역성을 강화할 수 있고 교화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구자치제와 법인분리의 역사
교단 교구자치제 추진은 원기78년 제27회 임시수위단회 '교구자치제 원칙적 합의' 결의와 제31회 정기수위단회 '교구자치제 시행계획안 최종 확정' 결의로 시작돼 원기79년 교무회의 때 교구자치제 실시를 공론화했다. 원기79~81년 교구자치 시행경과 보고 및 교구체제 개편을 논의했고, 수위단회 총무법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의 연구, 정책세미나 등 꾸준한 연구가 진행됐다. 원기93년 교구유지재단 일괄 설립 및 설립기금 지원(법인설립 등기 전)을 했고, 원기95, 96년 드디어 1차, 2차 교구법인(8개) 분리를 완료했다. 교구자치제 추진회의 17회를 비롯해 세미나, 설명회 등을 거쳤고, 법인분리로 발생되는 과제들을 교구장협의회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았다. 

[2018년 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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