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허 교무 / 남중교당
오선허 교무 

간사근무를 할 때, 추천교무님이 설교를 마치고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다. "모 청년은 공부나 교리 등에는 취미가 없고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내가 한 설교 중에 이야기로 전달해 준 것은 하나도 안 잊어버리고 다 기억을 하더라." 바로,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인데, 현장에 나온 요즈음 이 말씀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어린이와 학생 법회 때, 대종사 이야기를 사진과 그림 등을 통해 전달한 적이 있다. 평상시에는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집중력이 크게 올라가고,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는 등 참여도도 매우 높아지는 걸 눈에 띄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반응은 어른들을 상대로 한 일반법회 때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 번은 설교 때, 대종사가 생전에 3번 경찰서에 구금됐던 일을 하나하나 상세히 알려드린 적이 있는데, 법회가 끝나고 교도님들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조너선 갓셜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태어나서 열반에 들 때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공유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의 소꿉장난에서 향유되는 이야기부터 노랫말 속 소소한 이야기, 최근에는 학습, 게임, 상품광고 속에까지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스며들어가 있다. 어떤 대상이든 이야기의 형태로 만들면 우리들은 좀 더 편안하게 그 것을 받아들이고, 감성적으로 거부감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불교 청소년교화에서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이 원불교의 역사나 대종사 일대기이다. 내가 느끼기에 현재 원불교 역사는 부수적으로 알거나 활용하면 좋은 정도의 옵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특히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 이러한 인식은 매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누구보다도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높고,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기이다.

나를 돌아보아도 중학교 때에 밤새도록 삼국지와 영웅들의 일대기를 읽으며 비록 몸은 비좁은 한반도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은 전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활보하고 다녔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러한 욕구를 주로 게임에 투영시켜 가상공간에서 캐릭터와 게임 속 세계관을 통해 해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데에는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욕구도 큰 영향이 있다. 이러한 때에 원불교의 역사와 대종사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향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미 원불교는 백년의 역사를 통해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1차적인 준비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대종사 당대의 역사와 문헌들, 그것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선배 교무님들의 원불교 역사서적들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우수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의 <소태산 평전>, 대종사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 등이 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바야흐로,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시대이다. 마음공부도 딱딱한 이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한 감성적인 전달을 함께할 때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남중교당

[2018년 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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