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원에서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일궈
세 명의 원장 지도로 전무출신 삶과 철학 배워

사)삼동회 이리자선원에서 근무를 시작해 16년을 살았다. 자선원은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 갖가지 아픔과 상처,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사는 곳이다. 전국에서 모이기 때문에 다양한 특성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늘 긴장과 생동감이 넘치며 생과 사가 함께 교차하는 생활이었다.
나의 가난한 처지를 원망하며 허송세월을 살 뻔했던 갈등의 시간들에서 만난 자선원 가족들과의 인연은 나를 더욱 더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해줬다. 내가 그들을 지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이끌어주고 지도해 주는 스승이었다. 오래 살던 집에서 오랫동안 같이 살아왔던 가족처럼 한마음이 되어 살았다.

자선원에 와서 마지막 삶을 마감하며 '그래도 여기에서 죽을 수 있어 행복했다'는 분의 마지막을 지켜주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그 눈물과 의미를 보고 다시 절망에서 삶의 희망으로 바꿔지게 했다. 다 죽을 뻔 했다가 건강을 회복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분, 건강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열반한 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남은 기간 봉사활동을 하며 겸손하게 사는 분, 이런 분들을 직간접으로 모시면서 삶과 죽음을 경험하며 젊은 날을 잘 살아야 잘 늙고 잘 죽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불편한 몸인데도 그 많은 가족들의 목욕과 냄새 나는 세탁을 묵묵히 해주던 분, 아픈 사람의 간병을 도맡아 하던 분, 아팠을 때 다른 사람의 간병과 돌봄을 받아 은혜를 갚는다며 자신의 콩팥을 서슴없이 나누어 주던 분, 부족한 물자를 만들어 쓰던 때에 뚝딱하면 무엇이든 만들어 살림에 보탬을 주던 분, 소·돼지 키우기, 토마토 기르기 등 각자에게 주어진 특기와 특성을 살려 즐겁게 일하는 분. 직원보다도 더 주인정신을 가지고 자선원을 아끼고 사랑했던 분들이었다.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늘 얼굴에 미소를 가득하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좌선시간이나 법회시간이면 책을 거꾸로 들고 일원상서원문과 휴휴암좌선문과 금강경을 나보다도 더 힘차고 우렁차게 맨 앞에서 독경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자선원 보물이여!' 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 즉심시불을 짚신세벌로 알아듣고 깨우쳤다는 이야기와 같이 불심이 통하면 되지 않겠는가. 원불교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공부를 하고 싶은데 맑은 정신으로는 찾아가지 못하고 술을 마시면 꼭 총부에 찾아가 말썽을 피우던 분.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의 궁금증은 나도 해결해 줄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운 추억이다.
그 분들과 함께 24시간 숙식을 하며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을 일구며 때로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지로, 때로는 자립의 길로 인도하는데 조그마한 마음으로 인도하는 협력자로서 함께했을 때의 시간이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절이었다. 자선원에서의 이야기는 몇날 며칠을 얘기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언제나 보면 반갑고 그립고 애틋하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따로 있는가. 여기에 온 자선원 부처들을 잘 모셔야 한다며 늘 당부하던 원장님들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는 나는 복이 많아서인지 다섯 분 원장님의 가르침 속에서 전무출신으로서의 살아갈 방향과 철학을 배우게 됐다. 그 은덕은 오늘날까지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또한 자나깨나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일심원력의 기도와 일원가족의 든든한 울타리에서 더욱 더 확고한 믿음으로 지내올 수 있었다. 

자선원에서 근무하면서 정토와 결혼하게 됐다. 자선원 원장과 한희명 교무를 비롯한 어르신들은 '너네 둘이 결혼해 근무하면 자선원도 좋고 너희들도 좋고 교단에도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처럼 어르신들의 말씀을 잘 들은 것이 지금 생각해봐도 참 잘한 일이었다.

이렇게 자선원에서 오래도록 살 줄만 알았던 원기89년 8월, 정읍원광보은의집으로 인사발령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재롱을 피우며 재미나게 살았다. 자선원에서의 어르신들과 생활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함축된 힘은 어디를 가나 어떤 어르신을 만나나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2018년 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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