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지난 한 해 동안 아마추어인 제가 저 나름대로의 나무 이야기를 꾸려가게 해 주신  〈원불교신문〉에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올해도 그 이야기를 이어가게 해 주니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집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감사는 아마도 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준 독자 여러분들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저도 큰 절 올립니다.

작년 첫 나무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소나무로 열었습니다만, 올해는 동백나무로 열어볼까 합니다. 지난 11월에 활엽수이면서 상록수인 나무들의 대표선수로 동백나무 이름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만, 동백나무는 이렇게 찬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신기한 나무입니다. 그것도 장미꽃 못지않은 아름다운 꽃을 말입니다. 동백나무의 개화 시기는 12월부터 4월  사이라고 하니 명실 공히 겨울꽃인 셈입니다. 이 아름다운 꽃과 사시사철 싱싱함을 보여주는 동백나무를 많은 사람들이 사는 중부지방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도는 물론 부산, 여수 등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면 반드시 동백나무를 비롯한 활엽 상록수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끔 서울 근처 공원의 양지바른 곳에도 이 나무가 심어져 있기도 한데, 잘 적응하지 못해서 남쪽에서의 싱싱함을 잃어버린 모습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동백나무는 특히 우리나라 남쪽 해안가나 섬에 많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가면 이 나무숲을 지칭하는 지명이 곳곳에 있지요. 해운대 동백섬, 여수 오동도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들입니다.

겨울에는 곤충들도 모두 추위를 피해 숨어 버렸는데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누가 수정을 거들어 줄까요? 그 주인공은 동박새라고 불리는 참새보다 조금 큰 새라고 합니다. 동백나무와 동박새의 이런 관계는 슬픈 전설로 승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남미나 동남아의 열대우림 지역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벌새라는 작은 새나 심지어는 박쥐가 많은 나무들의 수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신기하지요.

2015년 3월 부산 동백섬 바닷가에서 찍은 동백꽃.

동백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저는 어릴 때 할머니, 어머니들이 이 나무 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참빗으로 싹싹 빗은 뒤 머리·뒤편에 쪽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머리를 아직도 유지하고 계시는 우리 교무님들의 필수품이기도 했지요. 머리에 반질반질한 까만 윤이 나게 하던 동백기름. 참으로 귀하게 취급됐습니다. 옛날 이런 머리 기름이 귀할 때 이 나무가 자생하지 못하는 북쪽 지방에서는 다른 나무 열매에서 짠 기름을 쓰기도 했습니다. 같은 동백기름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생강나무가 대표적인데 강원도에서는 아예 이 나무를 동백나무라 불렀다고 하네요. 때죽나무과의 쪽동백나무는 열매가 그 귀한 동백나무 열매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 동백기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동백나무는 척 보기에도 기름을 잔뜩 머금고 있는 모습입니다. 표면이 반질반질한 두터운 잎 그리고 기름을 머금은 열매 등 자신의 모든 부분으로 추위에 강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무에 익숙해지신 분들은 잎이 두텁고 반질반질한 다른 활엽 상록수들조차 동백나무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동백나무는 빨간 꽃이 피었다가 그 꽃송이 전체가 떨어지는 까닭에 슬픈 이별의 다소 처절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동백나무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시와 노래가 많습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겠지요. 서정주를 비롯한 김용택, 김옥남 등 많은 시인들도 동백꽃을 노래했는데 대부분 처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2018년1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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