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최초'의 의미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초'는 시간 맥락상 '가장 먼저'라는 의미와 함께 '시작', '처음'의 의미, '새로움', '유일함', '소박성' 등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 

<정전> 제3 수행편 제13장 최초법어 역시, 가장 먼저 나온 법어의 시작이고, 시작이면서도 미래 비전을 담고 있어서 최초의 법어이다. 최초법어는 원기 원년 6월경에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설한 법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짧고 소박하지만 그 내용에 있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대의를 광범위하게 품고 있다.

특히 수신의 요법 1조,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여 모든 학문을 준비할 것이요'하신 말씀은 '최초법어' 중에서도 '최초' 법어인데, 종교가에서 심신 수행이 아닌 지식과 학문에 관한 실천 방법을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이어지는 2,3,4조가 모두 삼학을 순서대로 쉽게 풀어서 생활의 지침으로 세워 놓으신 것과도 대조적이다. 원불교의 중요 교리인 삼학을 최초법어에 담은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나, '학업 종사'와 '학문 준비'를 수행의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수신' 조항의 제 1조에 언명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는 무엇보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중의 삶과 밀접한 과학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과학과 도학의 병진을 주장한 것이고, 배움의 가치와 실천을 깊이 인식하고 또 강조했음을 보여주는 법문이다. 특히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이 생활속에서 일상적인 삶을 초월하여 신기이적을 바라고 신통묘리를 궁구하며 한 생을 헛되이 보내거나, 종교가에서 가르치는 도학의 정수만을 공부한답시고 생활을 도외시하며 시대에 뒤처져 있을 때, '시대를 따라' 학업에 종사하고 모든 학문을 준비하라는 법문은 평범하고 세속적이지만 종교적 관점에서 오히려 큰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말씀이다. 그래서 이 최초법어가 병든 사회, 어지러운 시대를 치료할 묘방이라면, 수신의 요법 1조는 원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종교적 독선과 폐쇄성을 벗어나, 보편 종교로 나아가는데 긴요한 자양분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에서는 이러한 학업 종사와 학문 준비를 외학이나 외지로 바라보거나, 그런 주지적 성향이나 자세는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더러 있다. 대종사가 한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았지만, 대각을 이뤘듯이 깨달음이 지식과 학문 여하에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신의 요법 1조를 내세운 점은 개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대종사의 관점과 판국이 다른 성자들과 다름을 보여준다. 출가든 재가든 어느 누구이든, '사생 중 사람이 되고 난 이상에는'(솔성요론 3), 시대를 여의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일에 종사하여, 한두 학문이 아닌 '모든' 학문을 준비하라고 밝혀주신 말씀은 참으로 분명하고 확고하다. 세상의 지식을 소홀히 하지 말고, 지식이 있다 하여 자만하지 말고(솔성요론 4), 얼마나 성심껏 잘 배우고 있는가, 얼마나 잘 배우는 사람으로 돌리고 있는가(일상수행의 요법 7)를 되묻게 한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1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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