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영하 20도를 웃도는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언 한 주였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면서 연신 "아 추워"를 내뱉으며 사무실 난로 옆에서 꼼짝 않고 있을 때였다.

무심히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 인기 개그맨이 뉴스 기상캐스터로 변신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청바지도 얼게 한 강추위 속에서 동장군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아침 일찍 출근길에 바쁜 지하철 역 앞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의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추위도 잊고 한참을 웃었다. 너무 추워서 말도 잘 안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우리에게 강추위의 위력을 알렸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따뜻함을 건네줬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통해서 웃음과 함께 위로와 힘을 얻는 아침이었다. 

나도 한때 개그맨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학창시절에 나의 말 한마디에 친구들이 웃으면 그게 참 기분이 좋았다. 웃기다는 말을 종종 들으면서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개그프로를 즐겨본다. 웃음을 전하는 개그맨들의 모습에서 즐거운 기운을 얻기 때문이다. 추위에 웅크리고 있다가 한 개그맨의 영상으로 추위를 잊었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씀하시기를 "대종사께서는 이 우주의 진리 가운데 상생의 도를 주로 드러내시사 우리가 네 가지 큰 은혜를 입고 사는 것을 밝혀 주시었나니, 그대들은 대종사의 상생 대도인 사은의 교리가 만생령을 제도하는 가장 큰 길이며 사중보은의 도리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깨달을지니라." (〈정산종사법어〉 경의편 8장)

대종사는 우리에게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네 가지 큰 은혜를 가르쳐 주고, 각자의 삶속에서 그 은혜를 발견해 자리이타의 정신으로 항상 사은에 감사하며, 보은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일러줬다. 그리하여 작게는 내 주변부터 점차 국가, 세계, 전 인류를 낙원으로 인도하라 했다. 대산종사는 보은을 하면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고, 사람이 화하고, 하늘이 화해서 만화가 된다고 〈대산종사법어〉 교훈편 17장에 명시했다. 

따뜻한 쌍화차 한잔에 서로의 마음이 훈훈해지고, 강추위에 거리로 나가 우리에게 웃음을 전해준 개그맨을 보면 차갑게 언 마음마저 녹는다. 이 모두가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너무도 감사하다. 내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은혜이다. 비록 웃음을 전하는 웃음전도사는 되진 못했지만, 웃음과 아울러 은혜를 전파하는 은혜의 전법사도가  돼야겠다. 그러려면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수한 은혜들을 발견하는 지혜의 눈과 그 은혜에 보은하는 실행의 힘을 좀 더 키워 나가야겠다. 

나로 인해 사람들이 웃으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그보다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대종사의 교법을 알아서 은혜에 보은하는 감사생활로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올 겨울 체감온도는 영하이지만, 우리 마음의 온도는 높이 올라가 훈훈한 온기가 세상에 널리널리 퍼지기를 염원해본다.

/광주교당

[2018년 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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