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눈 찬바람에 아름다운 향기를 토하는 것이 매화라면
거친 세상 괴로운 가운데에서 안빈낙도하는 것이 용자니라. 
꽃으로서 매화가 된다면 서리와 눈을 원망할 것이 없고 
사람으로서 용자가 된다면 불평과 불만을 말할 것이 없나니라. 
엄동이 지내면 바야흐로 새봄이 와서 향기로운 매화에게 복음을 주듯 
정당한 고통 후에는 반드시 낙이 와서 씩씩한 용자에게 행복을 주나니라. 
소장영고는 우주의 원칙이라, 
실의의 사막에서 헤매는 약자도 절망의 허무경은 아닐 것이며, 
득의의 절정에서 춤추는 강자도 유구의 한 일원은 아닐 것이니 
우리는 새봄의 새 복을 맞기 위하여 
모든 혜복을 창조하는 용자가 되자는 것이니라.  

 

융타원 김영신(1908~1984) 대봉도
출처_원기22년 <회보> 제34호


이 글은 시라기 보다는 짧은 설교 같다. 그러기에 힘이 느껴진다. 지치고 가라앉았던 마음에 용기를 갖게 하는 선진님의 말씀. 한겨울 청량한 찬바람이 정신을 차리게 한다. 매화는 그냥 매화가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향기 역시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눈보라와 찬바람을 이겨내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내야만 얻을 수 있는 가치다.    

살면서 늘 '어떻게'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때 선진님은 '용기있는 사람(勇者)'이 되라고 하신다. 그리고 정당한 고통 후에는 반드시 행복을 온다는 확신을 주신다. 모든 혜복을 창조하는 용기있는 사람, 용자. 그 마음으로 초기 교단을 이끌어 오셨던 선진님들의 용맹무쌍했던 교화이야기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떤 서원, 어떤 계획을 가졌던 그 목표를 향해 우리는 지금 용자가 되어야 한다. 망설이며 주저주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용자가 되어 보자. 한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매화의 용기, 불평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용자로. 지금 처한 그곳을 낙원으로 개척해 내는 용기를 충전해 볼 때다.

/둔산교당

[2018년 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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