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최초법어, '제가의 요법'도 평범하기 그지없다. 우주와 인간의 큰 이치를 통찰하고 깨달은 대성자의 첫 법어치고는 너무나 밋밋하고 단순하다. 드라마틱한 그 어떤 설렘도 없고, 그 내용도 보기에 따라서는 오종종하기 짝이 없다. "실업과 의·식·주를 완전히 하고 매일 수입 지출을 대조하여 근검저축하기를 주장할 것이요"와 같은 문장을 과연 경전의 법어로 삼을 만한가 말이다. 시속 세상의 여느 가정에서 내려오는 치가의 교훈이나 학교의 윤리 수업에나 나올 법한 말씀이 아닌가.

그러나 살펴보면 여기에 대종사의 위대한 점이 있다. 아무리 깊은 우주의 묘리를 설파한다 해도, 이를 사람의 삶 속에 부려 쓸 줄 모르면 보기만 좋고 무용한 납 도끼와 같은 것이다. 그 우주의 진리는 내 몸을 닦고, 모든 사람들이 삶을 영위해야 하는 가정의 안락을 도모하며, 세상의 '진화'를 위해 작용할 때 비로소 소용에 닿는 것이며, 이는 소태산 대종사가 주장한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큰 흐름과 닿아 있는 것이다. 대종사를 '평범함의 성자'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 평범함은 평범하기에 실행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먼저 실업과 의식주를 '완전히'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실업(失業)이 넘쳐나는 시대에, 실업(實業)과 의식주를 결함 없이 온전하게 갖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업을 근실하게 하고,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3건을 완전히 하는 일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수입 지출을 매일 대조하게 한 것도 매우 중요한 실천 중의 하나이다. 아울러 화려한 물질에 눈길을 빼앗기고, 방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소비를 하라고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근검저축' 또한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수지 대조와 근검저축을 제가의 기본으로 삼아 '매일' 실행케 한 것 자체가 이미 수행의 한 과정인 것이다. 

'안락한 가정'을 만드는 요법은 〈대종경〉 인도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품 41장에서 43장까지는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는 방안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고, 45장에서 47장까지는 자녀 교육의 방법론이 매우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특히 41장에는 제가의 요법 1조와 관련하여 경제적인 성취와 안정을 위한 대종사의 '평범한 혜안'이 마치 경제 교과서처럼 담겨 있다. 이소성대, 폐물 이용, 자본 유용 방지, 폭리 금지, 더하여 '수지를 항상 살펴서 정당한 지출은 아끼지 말고 무용한 낭비는 단단히 방지'하라는 이 법문 말씀들은 치가와 제가로써 '안락한 가정'을 이루어 낙원 세상을 건설하려는 대종사의 자비와 의지가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어느 경전에 이토록 군더더기 없는 가정 경제의 가르침이 담겨 있단 말인가. 거듭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대종사의 잇단 가르침은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설계도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이 설계도에 따라 수신하고 제가하면 되리라. 그래서 인격을 이루고, 가정 가정이 모두 안락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세상의 진화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1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