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화 교무

교화란 인과 따라 되어지는 개인 산물이자
정성과 섬김으로 만들어가는 신앙의 결실

[원불교신문=정인화 교무] 유럽의 교회들은 오늘날 텅 비어있다. 과거에 기독교의 본산으로 북적이던 지역의 교회 건물들이 지금은 마을 도서관이나 박물관 혹은 경로당으로 사용되거나 임대를 해주고 있다. 오랜 기독교 역사를 지닌 영국의 경우 11% 정도가 교회에 나오고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7%,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북유럽 국가도 비슷하다. 유서 깊은 교회는 성지나 관광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미국 역시 과거 10년 동안의 통계를 보면 기독교 인구가 5%이상 감소하고 있고 특히 65세 이상의 연령층이 90%가 넘게 차지해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다. 교회에 노인들만 가득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목사들이 하는 일이 장례식 집례가 전부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의 통계청이 재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조사한 20년 동안에 한국에서는 576만 명이 종교를 떠나 비종교인이 되었다 한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종교인구는 9% 이상 급속하게 감소했고 같은 기간 원불교는 2005년 12만9천여 명에서 2015년에는 8만4천여 명으로 30% 이상이 줄어들어 타 종교에 비해 감소의 폭이 훨씬 크다.

100년 역사의 현대 종교라 할 수 있는 원불교는 불교와 기독교, 민족종교 등 기존 종교의 장점을 취하고 도덕을 정신개벽의 중심 가치로 내걸고도  왜 확장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퇴보하고 있는가. 이대로 간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가장 먼저 경로당이 될 곳은 바로 우리다. 

아니, 이미 교당은 미래를 향한 변화를 수용할 사고와 역동성을 잃었고 교무들은 천도재가 주업이 된 지 오래다. 왜일까. 혹자는 말한다. '너무 맑아서', '정이 없어서', '양적 성장에 관심이 없어서'라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종법사님은 올해 신년 법문 중에 부러운 일이 있다고 소개한다. 얼마 전 과거의 인연들을 만났는데, 지금은 북경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앙 열정과 실천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도 적극적으로 재가들을 발굴하고 키워서 공부와 사업을 동시에 하는 이사병행을 통해 복혜쌍수를 누리자는 권고의 말이 있었다. 

현대인들은 합리적이며 세련된 의식을 지녔고 개인의 욕구 실현을 집단의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선호한다. 교도들 역시 지나온 관성을 전통으로 담지 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론 보다 실존적인 개혁의 필요성과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방식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실감하는 교당의 모습은 마치, 선사시대와 현대가 공존하는데 다수의 구석기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우리는 시대와 역사적 현실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박물관의 유물이요, 우물 안의 개구리이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십년 후, 나는 텅 빈 교당에 살면서 성지와 기관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것이다.

과거의 종교인들이 스승과 신을 통해 현실과 유리된 관념적이고 기복적인 방식으로 신앙적 욕구를 해소했다면, 오늘날의 신앙인들은 생활 속에서 실질적인 불안 해소와 보편적 영성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데 '그건 모두 개인의 인과이므로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일원의 세계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연대적 책임은 없는 걸까. 세상과 사람들은 언제나 변해왔고 이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움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전근대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욕구는 생존을 위한 교화의  절박한 몸부림이어야 한다. 수도인에게 간절함이란 개개인의 치열한 내부적 성찰이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개인이 없는 집단이 존재할 수 없듯 집단이 없는 개인 또한 공허하다. 출산하지 못하면 가정이 위태롭고 도시나 국가도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종교도 교화하지 않으면 죽는다. 법당은 썰렁해지고 원불교도 없어진다. 진정한 교화는 운명에 따라 저절로 되어지는 게 아니라, 정성과 관심으로 사람을 섬김으로써 만들어 지는 것이다. 

확장해야 산다, 교화가 살 길이다.

/경남교구 마산교당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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