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3년 전에 들었던 적금이 만기가 됐다는 연락이 왔다. 벌써 만기날짜가 됐나? 서랍 속 통장을 찾아봤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모은 금액을 보니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교당 회계를 맡다보니 은행출입이 잦은 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새로운 예금상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은행을 갈 때면, 단골인 나에게 직원들이 많이 권하기도 한다. 

'만기가 됐으니 새로 적금을 들어볼까' 하고 은행들마다 이율을 살펴보고 있었다. 수도인들이 무슨 돈 욕심이 있겠냐고 묻기도 하겠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나 역시 자력생활로 나를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저축을 놓지 않고 살고 있다.

이처럼 돈을 저축하는 일은 꽤 자연스럽게 진행이 된다. 미래의 삶을 더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돈과 더불어 꿈과 행복을 함께 저축한다. 앞서 말했듯이 수도인도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저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신을 저축하는 일이다. 

"(생략) 옛말에 '갖춤이 있으면 재화가 없다(有備無患)'고 하였는데 여러분도 잘 살려면 예축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예축은 가정이나 정부에서 권장하니까 하겠지만 정신예축은 어떻게 하고 얼마나 하였는가? 집에서 염불 좌선 기도를 빼지 않고 하는 사람 있는가? 정신예축을 못하면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전 교단적으로 일기법을 철저히 실시하여 정신을 예축시키도록 하여야 하겠다. 어린이들도 돈을 주면 저축할 줄 안다. 그러나 80노인이 되어도 정신예축을 모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중략) 60이 넘으면 신문, TV, 독서 등은 절제하고 정신을 예축해야 한다. 나는 십년 전부터 저녁이면 불을 끄고 또 손님 접견을 하지 않고 정신을 예축한다. 그러니 자기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육근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하략)"(<대산종사법문집 제3집> 3편 수행 152 유비무환) 

학부 때는 꽤 열심히 썼던 일기가 현장에 나오면서 잘 챙겨지지 않는다.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오면 쉬는 것에 더 치중해서 몸이 편한 쪽으로만 마음도 따라 흘러서 살았던 것 같다. 저녁 시간에 일기법으로 정신을 철저히 예축하라는 법문을 보며 경각심이 들었다. 업무에 치중해서 살다보니 내가 하루 동안 정신을 예축하는 것은 고작 새벽좌선과 심고가 다였던 것 같다. 

수도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다. 적금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면서 흐뭇해할 것이 아니라, 날마다 나의 맑은 정신이 얼마큼 불어나고 있는지 점검해 볼 때이다. 

오늘 하루 감사한 일, 내가  베풀고 받았던 은혜, 참회하고 반성할 일 등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더 나은 내일의 내가 되고 진급해 가기 위해서는 정신을 예축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매달 자동이체로 나가는 적금처럼, 청정한 마음 또한 매일 매일 자동적으로 쌓일 수 있도록 정신의 힘을 더 키워나가야겠다. 

/광주교당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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