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남교당은 올해 60주년을 맞아 법사 승급식과 가족초대법회를 개최해 교화성장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교도들이 편안한 교당,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젊게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영산성지에서 남쪽으로 12㎞, 일찍이 정산종사가 '인재가 많이 나올 곳'으로 예시했던 영광교구 군남교당. 영산성지를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작한 이병오 교도의 발의로 원기41년 이곳에 불법의 씨앗이 심어졌다. 당시 도양교당 서세인 교무가 첫 출장법회를 보면서 시작된 교화는 원기43년 4월 교당 설립으로 이어졌다.  

교당도 세워지기 전, 영광군 군남면 포천리에는 공부인들이 모여들었다. 임시 법회 장소는 늘 비좁았고, 그럴 때면 군남중학교 정도천 교장(교도)의 주선으로 학교 강당을 빌려 법회를 보았다. 일반교도 150여 명의 발의로 신설된 군남교당은 초대 이현조 교무가 부임해, 매년 교리강습회를 열었다. 이성신·조전권·이공주·김영신·오종태 교무 등 걸출한 선진들이 강사로 초빙됐다. 강습회가 열리면 근교에서 150명, 200명이 몰렸고, 강습회 중에 입교한 사람만 40명~50명이었으니 인재양성의 요람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워낙 시골인지라 교당 생활은 넉넉지 못했다. 그 고충을 듣고 정산종사가 "농촌교당에서는 인재배출로 육영사업 해라. 인재가 많이 나올 것이다"고 당부한 뜻이, 후일 60여 명의 전무출신을 배출한 교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어린이·학생·청년 교리강습회가 성행해 인재양성에 큰 디딤돌이 됐다.  

그렇게 보내온 세월이 어느덧 회갑을 맞았다. 교당으로서는 경사스러운 일이지만 겸타원 은성의 교무는 고민이 깊다.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지역도 교당도 노령화 추세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느 교당과 마찬가지로 젊은 40~50대 교화가 고민인 군남교당, 그럴수록 '교도가 편안하고 행복한 교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은 교무. 3년 전, 부임하고 지금껏 교화목표를 '행복한 정신개벽 공동체 구현'으로 일관한 이유다. 

교화 제1목표 순교
새해 첫 일요예회, 은 교무는 교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무술년이 무슨 해일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무슨 일이든지 술술 풀려서 연초부터 연말까지 원하는 일 모두 이뤄지는 해입니다"라고 자연스럽게 새해 덕담을 나눴다. 이어 다섯 가지 웃음을 소개하며 서로 마주보며 한바탕 웃음 짓게 했다. 일순간 법당 분위기가 밝아졌다. 이날의 설교 제목은 '생기를 탑시다'였다. 설교 안에는 교무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해가 갈수록 나이 드는 게 어깨의 짐처럼 무거워지는 교도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그런 교무의 마음을 대변하듯 유도익 전 교도회장은 "물질만능사회의 폐단이다. 몸이 늙으면 마음까지 늙어버린다. 우리는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말자"면서 "대종사께서 희망이 끊어진 사람은 육신은 살아 있으나 마음이 죽은 사람이라고 했다. 죽는 날까지 일원가정, 성불제중의 서원을 놓지 말고, 어려운 일일수록 무아봉공하며 살자"고 교도들을 독려했다. 

이영섭 교도회장은 "우리교당 숙제는 잠자는 교도들의 마음을 살려내는 일이다. 그들이 교당과 멀어진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을 찾아 교무님과 순교를 다녀야 한다"며 이날도 발길이 뜸했던 교도의 열반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교도들에게 새해 덕담을 전하는 은성의 교무.

공부하는 교도, 든든한 교화자
다행히 군남교당은 아직까지 마을 교화단법회가 유지되고 있다. 활발하지는 않지만 마을 단위 교화단을 운영하면서 교도들의 세정을 살핀다. 그 기운을 타고 교당 특별기도 주간이면 마을사람들에게 기도를 권장하는 교도가 있다. 13년 전, 남편 김명석 교도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기도의 힘으로 역경을 이겨낸 이종인 교도다. 중환자실 앞에서 통곡하는 작은딸에게 그는 "울지 마라, 기도하자. 울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그때부터 분당·군남교당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그 기도정성은 기적 같이 남편의 의식을 깨웠고, 작은딸을 신심 굳은 교도로 만들었다. 그후로 그는 기도의 위력을 믿고 교당 특별기도 때마다 마을을 돌며 18가정 기도인 명단을 받는다. 그는 "교당에서 기도하면 가정이 좋아진다는 것을 시어머니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직접 체득하고 보니 사람들도 내가 기도하자고 하면 두 말 없이 따라준다"며 "사은의 위력을 믿고 농사를 지으니 원망할 일이 없다. 다만 미리미리 준비하고 때를 기다릴 뿐이다"며 속 깊은 공부인의 모습을 내비친다.  

이 외에도 초창기 교리강습회로 공부심이 똘똘 뭉친 교도들이다 보니 법회출석, 조석심고는 남부럽지 않는 성적을 가진 교도들이 많다. 은 교무는 "농사일로 지친 교도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법회출석, 무시선, 조석심고, 상시일기만 잘하자고 권한다"며 지난해는 교구교의회에서 입교연원상을 수상한 내역을 전했다. 

지역사회 반찬·한차 나눔
관록은 속일 수 없다고 했던가. 갈수록 연령이 높아져 걱정이긴 하지만 "기획만 잘하면 기가 막히게 돕는다"고 교도자랑을 늘어놓는 은 교무. 
2번의 교당 신축, 영광여산실버복지센터 설립 기금 마련을 위해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무아봉공에 앞장서 온 교도들 덕분에 지난해부터 독거노인 반찬나눔도 시작했다. 5팀이 돌아가며 매주 식재료 구입부터 조리까지 정성으로 반찬을 만들어 주면 강경훈 부교무가 주말을 이용해 10가구에 나눈다. 식재료비는 영광굴비골신협이 후원하고, 부족한 금액은 교당에서 보탠다.  
지역 찰보리축제가 열리면 무료 한차 나눔으로 간접교화에도 나선다. 예로부터 군남 포천장하면 영광, 함평, 손불, 신광에서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로 먹거리가 풍성했던 곳이어서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 교도들 덕분에 지역 내 신망이 높다. 

지역사회 또 다른 교화장은 '영광여산실버복지센터'(센터장 강경훈)다. 교당 50주년을 기해 설립한 이곳은 '여산' 서청일 교도부부(서치선 교무 부모)의 부지 희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정도중 교무와 교도들은 지역교화를 위해 기금마련에 심혈을 기울였고, 청운보은동산의 법인 명의로 센터가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전무출신 부모 봉양 시설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장기요양시설로 전환해 지역민이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다.

교화 생장점, 청소년·청운회   
3년 전, 은성의·강경훈 교무가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주력한 교화가 청소년교화다. 그 결과 교구교의회에서 2년 연속 청소년교화상을 받았다. 강 교무는 "어린이회 출신 서혜영 학생이 큰 힘이 돼 학생회가 재창립 됐고, 올해는 졸업한 학생들이 청년회 창립까지 이었다"며 이들을 위한 아지트까지 마련한 상태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반찬배달, 차량운행, 복지센터 운영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도 강 교무의 중심에는 언제나 청소년교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군남교당의 또 하나의 희망은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열리는 청운회법회다. 젊은층, 지역사회 교화를 위해 시작한 청운회 법회는 유 전 교도회장의 유기농 농사 지도법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혁혁한 교화실적을 나퉜던 군남교당 60주년, 올해는 법사 승급식과 가족초대법회로 다시 교화에 불씨를 지피려고 한다. 죽을 때까지 일원가정, 성불제중의 목표를 놓지 말자는 유 교도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에 맴돈다.

군남교당은 교당 초창기 교리강습회로 많은 인재를 양성한 도량으로, 현재 전무출신을 60여 명 배출했다.

 [2018년 1월 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