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앤마음, 마음인문학연구소 공동기획 

20일 제2회 유아인성교육 프로젝트 OM-K교사교육 워크숍은 유아들의 사회정서역량을 향상시키는 49가지 활동이 소개됐다. 마음챙김의 세계적 권위자인 니르베이 싱 박사(가운데)가 과정활동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유교적 가부장제 관습이 짙은 한국 사회는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 등 감정을 숨기는 게 미덕인 것처럼 연관지은 말들도 많다.

감정을 부끄럽고 사소한 것으로 알게 모르게 치부해왔던 한국 사회는 막말, 비하, 갑질, 악성댓글을 쏟아내는 성난 사회를 만들어냈다. 학교에서는 왕따, 집단괴롭힘, 학교폭력 등으로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났고 정부는 급기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등장시킨다.

블루오션, 영유아 인성교육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이러한 한국 사회와 현대인들의 행복증진을 위해 다양한 마음공부 사회적 확산 프로그램을 전개해왔다. 특히 청소년, 직장인, 대학생 등 사회 각 층마다 안고 있는 마음병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마음공부 사회적 확산을 위해 세계적 교류를 전개하고 최신 동향에 발맞춰 왔다. 한국 사회에서 인성교육을 청소년 의무교육으로 집중하고 있을 때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유아 인성교육(프로그램명: Open Mind-Korea, 이하 OM-K)'에 집중하는 것도 그 이유다.

마음챙김(Mindfulness)을 기반으로 하는 치유는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의대 교수였던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 도입한 이래, 북미, 서유럽 등에 가장 널리 알려진 치유 프로그램이 됐다.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흡연, 스트레스, 재활치료, 인지행동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탁월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사회적 범죄가 발생했을 때에도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 등 마음챙김-기반 프로그램을 통한 심리적 치유를 선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 정도로 서양에서는 자연스러운 치유법으로 통한다. 그러나 마음챙김-기반 인성교육을 유아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곳은 한국을 포함한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이 전부다. 이들 대부분 나라에서도 연구 시작이 5년이 채 되지 않아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OM-K는 최첨단 프로젝트인 셈이다.

OM-K 프로젝트
OM-K는 재작년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2016 마음인문학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니르베이 싱(Dr. Nirbhay N. Singh) 박사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그는 버지니아 커먼 웰스(Virginia Commonwealth) 의대의 정신과, 소아과 및 심리학과 교수, 리치몬드 영유아 아동 가정연구소 소장, 어거스타 대학(Augusta University)에서 정신과 임상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마음챙김(Mindfulness)에 기반한 명상 치유의 탁월함에 주목했다. 

십여 년간 미국에서 쏟아지는 마음챙김 연구논문들을 모아 국제저널 〈Mindfulness〉를 간행해, 현재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 높은 세계적 저명학술지로 견인해 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마음챙김이 단순한 치료법이 아닌 유아 인성교육으로 활용될 때 더 큰 실효과를 낼 것에 주목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내 빈민구제사업의 일환인 헤드스타트(Head Start; 취학전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육지원제도)를 통해 OM(Open Mind) 유아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국제학술대회에서 니르베이 싱 박사의 OM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마음인문학연구소는 한국 정서에 맞는 OM-K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세계 최초로 유아 인성교육의 협동 종단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OM-K 1년간의 성과
유아인성교육 프로젝트인 OM-K는 지난해 3월부터 솜리원광어린이집, 신용원광어린이집, 구례원광어린이집 만3세~5세 아이들 대상으로 시행되어 왔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싱 박사와 함께 제1회 OM-K 교사교육 워크숍(2017. 02)을 열어, 연꽃 호흡, 작은새 호흡, 호버맨 숨쉬기, 감정찾기, 상호연계성 활동 등 유아들이 생활 속에서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기본 10가지 활동을 교사들에게 소개했다. 이후 매주 1회씩 각 어린이집을 방문해 현장 피드백 및 지도활동을 펼친 결과, 지난 1월20일 있었던 제2회 OM-K 교사교육 워크숍(2018. 01)에서는 다양한 효과 사례들이 발표됐다.

한 학급에서는 편안한 분위기와 포근한 조명으로 명상과 친숙해지게 하면서 사마타 명상을 연꽃 호흡, 스트레칭, 자연의 소리 집중하기와 병행한 결과 8개월 후, 모두가 고요히 몰입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또 걷기 명상은 실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차분히 걸어다니게 만드는 데 익숙한 도움을 줬고, 자주 다투고 흥분하는 아이들은 연꽃 호흡을 통해 마음을 금방 가라앉히며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차분히 설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놀이 중 벨소리 들려주기'는 아이들이 다른 놀이활동 중에도 주의집중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고, 화가 나거나 울던 아이들은 '호버맨 볼'을 찾아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보드 판으로 나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감정표현을 발표하는 시간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유아들은 실제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지는 사례도 늘었다.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해, 고마워' 등으로 꾸준히 자애명상을 실행한 결과,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소극적인 아이들도 자기 마음을 좀 더 표현하게 됐다.

구례원광어린이집 장은선 교사는 "1년여동안 OM-K로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도 있었지만, 아이들로 인해 경계가 왔을 때 큰 소리로 지도하려했던 교사인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다"며 "지금은 내 자신이 마음을 스스로 챙기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용원광어린이집 조미진 교사는 "마음챙김 교육을 통해 교사와 유아, 유아와 유아 간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내 마음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고 작고 큰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었음에 마음챙김 교육의 참 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1년간 진행된 OM-K에서 유아들의 변화 사례들이 발표됐다. 사진은 구례원광어린이집 만 3세반 명상 모습.

건강한 어린이, 건강한 어른
20일 제2회 OM-K 교사교육 워크숍에서는 제1회에서 소개된 기본 10가지 활동에 기반한, 몸과 움직임의 자기 알아차림과 자기통제,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주의와 알아차림, 자기안정, 긍정적 행동 선택을 위한 감정조절, 사회 인식과 사회적 관계, 사회적 의사소통, 타인에 대한 긍정적 반응행동, 자기친절과 자기연민 등 8가지 사회정서능력 범주의 49가지 활동이 소개됐다.

OM-K 책임 진행을 맡고 있는 마음인문학연구소 김일원 교무는 "OM-K는 마음챙김에 바탕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일상 활동(daily-activities) 속에서 실행하도록 하는 '무시선 무처선' 개념이다"며 "그동안 10가지 기본 활동을 1년 동안 진행했다면, 2차 워크숍에서 소개된 49가지 활동은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한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사회정서역량이 향상되도록 돕고,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도울 줄 아는 건강한 어른이 되도록 이끌 것이다"고 말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공동기획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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