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박성은 교무] 서품 18장은 "불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답하고 있다. 소태산의 탐색과 진단은 비단 그 시대만을 보고 내린 판단이 아니다. 인류 종교 역사상 종교의 모습을 비춰 미래를 본 것이다. 인류 전쟁의 다른 이름은 종교전쟁이라고 할 만큼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가를 걱정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고 있다. 소태산의 설계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소태산은 종교를 만들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불법을 통해 인간의 진화를 돕고자 했을 뿐이다. 그리고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가 된 것이다. 소태산 개인을 따르는 신앙이 되지 않도록 여러 면으로 법과 실천을 강조했다. 여기서 우리는 불법의 진화는 원불교 교세의 확장이 아니라 교법의 실천가가 많이 나오도록 하자는 것을 또 확인한다. 실천가를 위한 출가의 변화를 강조했다. 소태산의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 재가출가의 차별 없는 공부와 사업을 강조했다. 교리와 제도가 교단과 출가위주가 되지 않도록 다시 강조해서 설계한 것이다. 또한 출가도 처지에 따라 의식주를 해결하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출가집단이 재가교도와 교당에 의지하는 직업으로 선택되지 않도록 자력적인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의 비리와 권력을 분산하는 대안이면서 동시에 출가와 재가를 나누지 않는 구조변화다. 각자의 직업을 갖고 활동하면서 주말교화와 법회는 봉사의 개념으로 활동되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도 각자의 선택으로 두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출가의 의미를 더 했던 시대가 이미 지나가고 있다. 이것은 일상생활과 분리되지 않고 법이 살아나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방향이라 여겨진다. 

둘째,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경전으로 구성하라는 것이다. 교화 받는 대상에 대한 맞춤 서비스를 강조한 부분이다. 이것은 문자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교화의 방법과 모습이 시대의 요청과 장소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이 주고 싶은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소태산의 설계도가 동상이몽이 되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온다고 여기 저기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걸까? 

세 번째는 불공법이 달라졌다. 각자의 직장과 인연 따라 수행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종교의 구분도 차차 없어져가고 있다. 명절을 휴가기간으로 인식하고 온 가족이 여행을 즐기는 모습과 제사준비도 대행 업체를 이용해서 한다. 조금 더 지나면 사이버로 올리고 기부금을 클릭하는 형식도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미 소태산은 시대와 생활에 적절하고 유익한 예법을 밝히라고 제안했다. 시대는 늘 변화하고 있다. 내일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을 바른 불법을 심어 줄 실천가의 정신이다. 이것이 진정한 출가다.  

불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제자가 없는 소태산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각자의 생각과 판단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소태산을 만난 의미가 없다. 

/와룡산수련원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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