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충격으로 방송, 신문 등 언론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개발을 국가의 기본 정책으로 설정했다. 스마트 홈,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 로봇 등에서 보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있으면 비행기가 얼마나 빠르게 날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오히려 속도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 하는 것처럼, 우리는 초고속으로 혁신되고 있는 세상 속에 묻혀 개벽하는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일찍이 시대를 앞서 물질개벽을 예견하고 정신개벽을 주창해 온 원불교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구자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역할이 주어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과 실천적 방안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한성국 교수

4차 산업혁명 개요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산업 전반에 심대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오는 혁명을 야기한다. 18세기말 증기기관의 개발로 기차, 선박, 방직기 등의 기계가 등장하여 인간의 근육노동을 기계노동으로 대치하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1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전환하는 기점이 되기도 했다. 20세기 초에는 전기 에너지의 보급과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개발로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되는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전기, 전화, 상하수도, 자동차 등이 보급되고 생산성 향상으로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70년대에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정보의 생산, 처리, 관리 등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3차 산업혁명이 발생했다. 정보기술로 인하여 인류사회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지식정보 사회로 변모한 것이다.

과학기술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특성이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통신 기술은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 지능 로봇,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유전공학, 신소재공학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촉발했다. 이제 이런 기술들이 상호 융복합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과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융복합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고 보다 지능화 하는 과학기술의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 등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없어지면서, 정치·경제·교육·문화·생활 등 모든 분야에서 이전의 산업 혁명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요소 기술과 본질

정보기술은 각 분야의 과학기술을 경계없이 융복합하고 정보처리를 가속화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촉매기술이 됐다. 과학기술의 융복합을 촉진하는 대표적 정보기술인 사물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적 본질을 살펴본다.

사물 인터넷 

인터넷은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원격교육, 인터넷 방송, 전자서적 등 새로운 사이버 세계를 열었다. 사이버 세계는 현실 세계의 시장, 은행, 신문, 도서관 등을 무력화 시키면서 사회 변혁을 주도했다. 사물 인터넷이란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여 컴퓨터로 식별하고, 이를 인터넷 등 초고속 네트워크에 연결해 사물과 사물, 사물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 기술이다. 소, 돼지 등 가축이나 딸기, 토마토, 상추 등 농작물에 센서를 부착해 생육을 조절하는 스마트 농장,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센서를 부착하여 자동 제어하는 스마트 홈 등은 대표적 사물 인터넷의 활용 사례이다. 사물 인터넷은 사람-사물-서비스가 서로 어우러져 상호 소통하는 경계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지식을 이해, 학습하고 추론을 통해 지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IBM의 딥블루는 인간의 지적 수준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으며, 왓슨은 암 진단에서 인간 의사 이상의 전문성을 보여 주고 있다. 최근 구글의 알파고는 기계학습으로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는 인공지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챗봇,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능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현대사회는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스마트 컴퓨팅 등 정보기술이 상호 융합돼,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의 사회로 진입했다. 이제 사물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화하고 상호 작용하는 생동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완도 청해진다원에서는 4월~5월에 유기농 녹차를 수확한다.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우전, 중작, 세작이라 부르며 발효녹차도 개발됐다.

정신개벽과 차문화 

사물의 지능화, 사물의 초연결을 통해 사회 전반에 심대한 의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동거가 현실로 다가 온 만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정신개벽이 요구되고 있다. 참다운 자아의 발견과 마음공부가 생활화 돼야 한다. 이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전략으로 차문화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온 차문화는 다도, 다례 등의 소극적 차원을 넘어 정신적, 사회적, 예술적, 기술적 요소가 조화된 인류의 중요한 문화 형식이다. 차는 명상, 선, 수행의 동반자이었으며, 다예와 다도는 수행자들의 정신과 사상을 결속하고 승화시키는 의식이었다. 이를 통해, 차문화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진리, 윤리 등 인간의 보편적 정신세계를 담아내고자 했다.

차문화에는 소통과 교류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있다. 차는 일반 음료와는 달리 다례, 다회와 같은 모임 공간에서 소통의 촉매재로 제공된다. 차 모임은 단순한 사교 이상의 모임으로 음악이나 미술을 감상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 심미적 의미가 내재한 문화 활동이다. 차문화에는 예술적 기능도 있어, 행다에 사용되는 찻잔, 다관, 다반 등은 그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 심미적 즐거움을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예술은 청각, 시각 등 제한된 감각을 통해 감동을 주지만, 차는 향기, 소리, 맛, 느낌 등 오감을 자극하는 종합 예술적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차문화에는 건강, 미용, 치료 등 육체의 기를 보존하고 활력을 증진하는 건강 활동과 직·간접인 관계가 있는 등 과학기술적 요소도 내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차문화는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정신 수양의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모든 분야에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져 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파급효과는 사회 각 분야에서 혁신적 의식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인간의 의식개혁과 인간성 회복이다. 전통적 아날로그 문화인 차문화는 디지털 문화의 역기능을 치유하고 소외된 부분을 보완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문화와 차문화의 아날로그 문화가 상호 보완하고 조화를 이룰 때, 더 행복한 사회와 아름다운 문화가 창조될 것이다. 

/원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 공학과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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