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소태산은 첫 출정에서 〈동경대전〉의 '오유영부 기명선약 기형태극 우형궁궁(吾有靈符 其名仙藥 其形太極 又形弓弓)'과 〈주역〉의 '대인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大人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을 듣고 그 뜻이 문득 저절로 환히 해석되었다고 한다.

두 구절에서 〈동경대전〉의 내용은 대종사가 직접 "나는 우연히 천도교인 동경대전에 '오유령부 기명선약 기형태극 우형궁궁'이라 읽는 소리를 듣고, 문득 일원상의 진리와 아울러 육도(六途) 사생(四生)의 승강 변화하는 이치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라고 하여, 일원상의 진리로 해석되었다고 했다.

〈주역〉 이 구절에 대해서는 대종사의 직접적인 언급이 없고, 후대의 학자들은 〈주역〉의 내용에서 일월(日月)이 둥근 모양의 그 광명과 덕을 상징하는 것이라 하여 일원상의 진리로 해석하거나, 이 구절과 원불교 교리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원불교학에 담겨진 음양(陰陽)의 이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동경대전〉에서 언급된 태극(太極)은 "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八卦)를 낳고"에 연원한 것으로 〈주역〉의 학문적 체계를 논한 것이다. 태극은 모든 작용의 근원으로 수리(數理)에 있어서는 일(一)로 규정된다.

〈대종경〉에서는 태극을 여러 곳에서 논하고, 제자의 질문에 태극 혹은 무극은 부처님의 심체로 일원상 진리를 유가의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 하였다. 또 불교와 유학을 회통하는 입장에서 불교의 허무적멸과 유학의 태극은 도(道)의 본체이고, 인의예지(仁義禮智)는 도의 작용이라 하여, 체용(體用)의 논리로 도의 구조를 논하고 있다. 

또 〈한울안 한이치에〉에서는 정산이 직접 말한 주문인 영주는 하늘의 본체이고, 〈주역〉의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은 하늘의 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의 본체는 태극(무극)이고, 도의 작용은 인의예지이기 때문에 〈주역〉의 이 구절은 사은(四恩)의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대각 직후 해석된 〈주역〉의 구절은 인의예지에 대응되는 것으로 '하늘·땅이 더불어 그 덕에 합하고'는 인(仁)으로 천지의 덕이며, '해·달과 더불어 그 밝음에 합하고'는 의(義)로 정의와 불의를 분별하는 밝음이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에 합하고'는 예(禮)로 인간 사회의 질서이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에 합하고'는 지(智)로 근원적 신명성이다. 〈주역〉의 사덕(四德)은 원불교 교리에서 사은과 직접 관계되는 것으로 대각한 사은의 진리를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대각 직후 해석된 〈동경대전〉의 구절은 일원상의 진리를, 〈주역〉의 구절은 사은의 진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원불교학에서 일원상과 사은의 진리는 모두 앞에 법신불이 붙는 가장 근원적인 교리이기 때문에 항상 동시적으로 자각되고 확인되었던 것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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