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도와 사경으로 끊임없는 공부심 챙겨
대종사 법문 새기며 훈련과 법회 정성으로 참여

‘이 회상 주인의 심경으로 보은할 것’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생활 속에서 보은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불교인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대종사님의 가르침 따라 무아봉공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스로의 공부 표준을 오직 보은의 도리로 실천하고 있는 천타원 한혜선(62·天陀圓 韓惠善) 교도. 

그를 만나려 대구 대현교당을 찾았을 때도 그는 천도재 조력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교도는 교당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신심과 덕망 높은 알뜰한 교도다. 거의 매일 교당을 찾아오며, 대현교당 봉공회의 대외적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13여 년을 장애인돕기 봉사와 노인복지관 봉사활동에 힘썼다. 

교무와 교도들은 그를 '교당의 살림에 앞장서 일하는 보살이며, 공부심 깊은 도량의 주인이다'고 칭찬했다. 교당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모시고 세정까지 살피는 효녀, 대현교당 봉공회 총무로 역할을 하는 살림꾼, 교당 의례와 애경사에 정성을 다하는 봉공인. 그를 대변해주는 별칭들이다. 

원기90년 한 교도는 스스로 봉공회 총무직을 자원했다. 봉공회장이 새로 바뀌게 되면서 봉공회 총무를 선뜻 하려고 나서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석이 된 봉공회 총무직을 두고 고민하는 교무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단지 우리 교당과 교무님들에게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어떤 마음에서 봉공의 서원을 세우게 됐는지 물었을 때, 그는 22년 전 대구로 이사 오던 때의 일을 회상했다. 

"남편이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어서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가족들과 함께 대구로 이사하게 됐죠." 경제적으로 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었고, 대도시로의 이전이 여러 방면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다니던 직장에서 2년 만에 갑자기 실직하게 됐어요. 남편의 기술만을 이전받고 해고시킨 거예요. 그 회사에서 이용만 당하고 쫓겨난 셈이죠.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는지 몰라요." 새로 생활터전을 마련해 가던 중 가장의 실직은 너무나 가혹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곳은 교당이었다. 

"법회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나서 법회를 빠진 적도 있지만, 마음을 다시 챙겨 법회를 나왔어요. 법회 볼 때가 제일 마음이 편했거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였고,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터에서 발을 붙이고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힘을 얻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곳이 그에겐 신앙이었고, 가족 같은 교당 교도들이 전부였을 것이다. 
한 교도는 일생에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원기87년, 뜻밖에 난소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그해 새로 부임해 온 경타원 양정리 교무는 한 교도가 병을 잘 다스리고 용기를 잃지 않도록 기도해주며 병원생활을 돌봐줬다. 

"암수술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다고 해요. 그렇지만 전 양 교무님이 늘 기도를 해주셔서 수술에 두려움이 크지 않았어요. 영주를 외우면서 수술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게 됐어요. 수술 후에도 6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어요. 같이 병원에 있던 환자가 '동그라미를 믿으며 의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회복이 정말 빠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수술도 잘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받을 수 있었고, 또 회복도 빨랐던 이유는 교무님의 정성과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라고 생각해요."

"항암치료를 받을 때도 빠지지 않고 법회에 참석했어요. 그렇지만 3번째 항암치료를 받을 때부터는 너무 견디기 힘들었고 법회에도 참석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때도 곁에서 교무님이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교당생활을 하게 됐고, 은혜 속에서 자신의 삶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을 키워오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자신의 공부에도 정성이 깊었다. "신앙과 수행에 있어서는 공부가 중요한 것 같거든요. 공부길을 잘 잡으려면 교전공부도 필요하고 훈련참석과 법회출석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법회에는 가급적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일과를 기도로 시작하고, 평소 원음방송을 즐겨 들으며, 틈틈이 사경으로 교전공부를 놓지 않으려 애쓰면서 하루를 보내는 그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뽑히고 원천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르나니, 인생 생활에 신앙은 뿌리요 수행은 원천이라'는 법문이 그가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대종사님은 이 회상에 주인의 심경으로 살라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 말씀이 큰 감동이 됐어요. 교당에서 보은하고, 그 가운데 공부를 놓지 않으면서 보은의 도를 다하며 살고 싶은 것이 바람이에요. 받은 은혜가 너무 많거든요." 

자신의 일 속에서 보은을 찾아 실천하며, 공부로써 스스로의 신앙과 수행 길을 가고자 염원하는 한혜선 교도는 무아봉공의 교법을 실현하는 대종사의 심통제자다. 

[2018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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