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안암교당 '일주일간의 출가여행'

영산성지 상여봉에 오른 교도들이 교사이야기를 듣고 기도를 올린 후 손을 흔들어 기쁨을 표하고 있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소대용 예비교무는 출가여행을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일주일간의 출가여행'(이하 출가여행) 참석자는 총 34명. 안암교당 김제원·전성욱 교무 외 일반교도, 청년, 예비교무가 비슷한 비율로 참석하기로 했다. 그에게는 이번 여행이 3번째이지만, 재가가 아닌 출가자로서는 처음이다.  

출가하길 참 잘했다
우선 김 교무가 두 달 전부터 개설한 출가여행 단톡방에 들어가 건강·수면·식단 관리사항을 체크하며 준비물을 챙긴다. 일주일간 오롯하게 다녀오려면 준비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어려운 건 수면관리. 하지만 그는 2년의 예비교무 수학과정을 통해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음을 알게 됐다. 해야 할 일은 미리 처결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그는 깨달음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선의 진경을 다시 느껴보려 한다.

드디어 출가여행을 떠나는 날, 익산성지에 들려 신년하례를 하고 부푼 마음으로 영산성지에 도착했다. 1월14일~20일, 도반들과 함께할 영광 국제마음훈련원에 짐을 풀고 바로 결제식에 들어갔다. 시작이 절반이라더니 빽빽한 일정에도 몸이 가뿐했다. 3일째 되는 날, 그는 몸의 독소가 다 빠져나간 느낌을 받았다. 단전주가 잡히니 호흡이 절로 됐다. 

비 내리는 날 오후 구인봉 순례는 마치 신선노름 같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본 서해바다 해무, 구인봉을 포근히 감싸 안은 안개가 세상과 단절된 낙원으로 펼쳐졌다. 김제원 교무님이 출가여행을 굳이 영산·변산·익산성지만을 고집하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3일간 이어진 김일상 교무의 '인생과 관(觀)' 특강은 삼세 인연의 이치와 인생관·진리관·종교관을 알게 했고, 일생 살아온 이야기는 재미와 유익을 주었다. 김제원 교무의 <대종경 선외록> 강의는 여래위로만 알았던 대종사의 인간적인 면모와 자비심을 알게 해준 축복의 시간이었다. 

일주일간 진행된 프로그램 소득을 일기로 기재해 보니 대종사 당대에 이뤄졌던 동·하선의 재미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묵언 선 수행을 하고, 오전에는 경전공부, 오후에는 성적지 순례, 저녁에는 정기일기·사경·의두 강연으로 물샐 틈 없이 법의 훈련을 하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새벽과 점심·저녁식사 전 공복에 진행된 요가·염불·좌선은 원적무별의 진경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소태산 대종사가 구도하고 깨달음을 얻은 영산성지에서 스승의 숨결을 느끼고자 했던 일주일, 그는 '출가하길 참 잘했다'는 자신감으로 이번 여행을 마쳤다.  

김제원 교무가 출가여행 참여자들에게 〈대종경 선외록〉 법문을 강의하고 있다.

대종사 당대 동·하선 풍토 닮고자
출가여행 현장을 찾았을 때는 오전 강의, 오후 산행과 선, 저녁 강연 등 일정이 줄지어 있었다. 20대~80대 교도들이 재가·출가라는 구분도 없이 함께 공부하는 도반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만 길을 갈 뿐이었다. 단위교당으로는 유일하게 일주일 교도정기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안암교당은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해마다 조금씩 프로그램 변화는 있어왔지만 그 중심에는 대종사 당대의 동·하선 풍토를 닮아가고자 해서인지 입선인들의 자세가 남달랐다.

김 교무는 "출가여행은 심화학습반이다. 일요예회나 수요정전공부방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을 정기훈련을 통해 공부의 체를 잡고자 한 교도들이 발의해 만들어졌다. 더구나 매년 1월에 진행돼,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도 쉽게 마음을 내기 어려운데 그 열의가 대단하다"고 한다. 김 교무 역시 훈련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 그 덕에 출가여행을 통해 전무출신 서원의 싹을 틔운 청년이 2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 무게만큼 입선인 조건도 꽤나 까다롭게 시작했다. 법회출석 90%, 공부방 출석 70%에 해당되는 교도들만 자격이 주어졌다. 출가여행 일정은 1년 전 교당달력에 공지되어 40일 전부터 입선인 사전준비에 들어간다. 지금은 조금 느슨해지긴 했지만 초창기 그 조건에 충족하기 위해 교당을 찾는 교도들의 공부열기가 식을 줄 몰랐다. 

또한 김 교무가 출가여행 기간을 겨울로 잡은 이유는 일주일간 대종사와 초기선진의 창립정신이 깃든 성지에 머무르며 냉철하게 자신 안으로 파고들게 하기 위해서다. 그간 초청된 강사들도 이종진·김주원·남궁성·이성국·김일상 교무 등 법 높은 선진들로만 섭외해왔다. 그러한 특별한 배려가 있어 출가여행을 참여해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체험해 본 사람으로서 다시 찾지 않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올해는 대종사 이하 역대 대각여래위와 역대 종법사 사진을 블라인드로 제작해 강의실에 걸었다. 재가출가 구분 없이 공부 표준은 여래위에 둬야 한다는 김 교무의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해마다 경산종법사 신년하례와 좌산상사 배알을 하는 이유도 그렇다.   

중생의 삶을 부처의 삶으로
마지막 날, 해제식에서 나눈 입선인들의 훈련소득은 출가여행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강연을 연마하다가 출가여행의 진미를 느꼈다는 강혜지 청년교도, 18년째 창업하며 끊지 못한 술을 이번 여행에서 금주를 결심하게 됐다는 원지천 교도, 깨닫고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김경혜 교도, 출가여행에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7년째 남편과 함께 참여 중인 서현정 교도, 훈련의 타력으로 마음이 활활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는 박여주 예비교무, 선의 진경을 맛본 것은 아주 작은 시작이라며 그 공덕을 삶 속에 나투겠다는 김성현 예비교무 등 각자 얻은 소득을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중 열 번째 출가여행을 참석했다는 황원공 교도는 "이 공간 안에 머무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밝혔다. 기독교 신앙을 하다 원기92년에 입교한 그는 출가여행을 통해 선의 진경을 맛보았다. "선의 진경에 드니 그 어떤 소리에도 마음이 흐르지 않았다. 수승화강이 되니 선이 끝난 뒤에도 마음이 경계에 동하지 않았다. 설법을 들으면 눈물이 나고, 교전을 보면 글자들이 덤비는 것 같아 행복했다"며 그간의 훈련소득을 밝혔다. 

사실 그는 이번 출가여행을 참석하기 위해 100일도 채 되지 않는 어린 딸을 가족에게 맡기고 왔다. 거기에는 특별한 서원이 있었다. 그는 "아빠로서 내 아이에게 무엇을 주고자 하나 그것은 죽음 앞에 한계가 있다. 결국 '이 교법을 전해 줘야 내가 없어도 안심이 되겠구나' 하는 각성이 생겨 공부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 출가여행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 생에는 누구보다 더 많이 웃고 울면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그. 스승을 찾아만 다닐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스승이 돼야겠다는 그의 결의가 담담한 듯 야무지게 들려온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씩 중생의 삶을 부처의 삶으로 인도하는 안암교당 '일주일간의 출가여행'은 그 지내온 시간만큼 책임감이 깊다. 순식간에 흘러간 일주일, 자신을 내려놓고 '참 나'를 찾아가려는 구도자들의 아쉬운 발걸음은 또 어딘가에서 묵묵히 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출가여행 참석자들이 상여봉에 올라 창립정신을 외치며 공부심을 다짐했다.

 [2018년 2월 2일자]

[무처선방]은 교화·교육·자선·문화·봉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한 정성으로 남 먼저 교법을 실천해 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 집중 취재하는 꼭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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