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경 교무

[원불교신문=신은경 교무] 북극한파의 영향으로 전국이 극한의 추위에 꽁꽁 얼었다. 뉴스에는 연일 계속되는 한파특보와 그에 따른 사고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벽부터 한기가 느껴지더니 방바닥이 냉골이었다. 보일러가 한파에 얼어버린 것이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온수도 나오지 않아 물주전자에 물을 데워서 겨우 세수만 하고는 보일러 앞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저녁에 온수를 조금씩 틀어놓고 잤어야 하는데…' '보일러에 담요라도 덮어 놨어야 했는데…' 보일러는 이미 얼었고 미리 살피지 못한 후회감에 내 마음도 얼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교도 몇 분이 봐주고, 끝내 남광주교당 교무님이 와서 보일러를 녹여 주고 갔다. 저녁이 되서야 돌아가는 보일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발 늦었지만, 한파가 계속된다는 기상특보에 서둘러 담요를 덮고, 온수도 틀어놓았다.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한 탓에 우리는 호되게 수업료를 내야만 했다. 대종사님의 법을 믿고 따르면서도 이럴 때 보면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법은 그저 교전 안에 고이 모셔놓고 나는 나대로 그냥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말씀하시기를 "물질이란 우리의 일상생활에 보조물 밖에 되지 않는 것이요, 끝까지 놓을래야 놓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니, 우리는 항상 내 마음에 삼대력을 쌓고 또 쌓아 영원한 세상을 위하여 항상 미리 준비하여야 하나니라." (〈정산종사법어〉무본편 29장)

삼대력은 삼학 수행을 통해서 얻게 되는 수양력·연구력·취사력 등의 세 가지 큰 힘을 말한다. 일심, 알음알이, 실행이라고도 불리는 이 세 가지 힘을 꾸준히 연마하여 쌓으면 생활하는 데 실수가 적게 되고, 불편함이 없어진다. 밤새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는 한파주의보를 정신에 새겨들은 후, 우리 집 보일러와 수도의 상태를 점검한다. 보일러가 밖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담요나 기타의 물건으로 추위를 막아주고, 물을 조금씩 틀어 수도가 어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이렇게 생활에 삼대력을 활용했다면 밤새 추위에 뒤척일 일도, 보일러 걱정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은 어떠할까? 마음도 보일러와 마찬가지로 미리 살피고 돌보지 않으면 고장이 난다. 그러나 한나절이면 녹이는 보일러와는 달리, 마음을 녹이는 일은 쉽지 않다.

보일러야 뚜껑을 열면 어느 부분이 얼었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픈 부분이 어디인지, 무엇 때문인지 정신을 고누고 세밀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렇게 마음이 꽁꽁 언 채 평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마음에도 삼대력을 들이대야 한다. 마음의 상태를 바라보고, 점검해서, 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마음의 삼대력 쌓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렇게 힘을 얻으면 설사 마음이 고장 나더라도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준비하는 공부가 부족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 주였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도 일상생활에도 삼대력을 더 키워나가야겠다.  

/광주교당

[2018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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