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의 핵심 교리인 일원상(一圓相)과 사은(四恩)의 진리는 <주역>에 바탕을 둔 동북아의 전통적 사유구조인 천원지방(天圓地方)과 일치하고 있다. 일원상의 진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천도(天道)의 세계를 상징하는 원(圓, ○)과 사은의 진리는 사방으로 전개되는 지도(地道)의 세계를 상징하는 방(方, □)과 직접 대응된다. 

일원상은 앞에서 간략히 이야기하였고, 사은은 천지은(天地恩)·부모은(父母恩)·동포은(同胞恩)·법률은(法律恩)으로 개념 자체가 동북아의 근본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하늘과 땅·아버지와 어머니·같은 겨레·법과 율려는 정서적으로도 유학의 윤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대각 직후 해석된 〈주역〉의 구절인 '대인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에 들어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은의 진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임을 생각할 수 있다.

대종사의 대각에 등장하는 이 구절은 '중천건괘(重天乾卦)' 문언(文言)의 구오(九五) 효사(爻辭)로 〈주역〉사상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역〉의 진리는 건곤지도(乾坤之道)로 건도(乾道)가 근본이며, 건도를 표상하는 것이 '중천건괘'이고, 이 '중천건괘' 여섯 효에서 구오효는 가장 중요한 효(爻)이기 때문이다. 이 구오효가 함축하고 있는 인의예지는 인간 본성으로 〈주역〉의 진리를 온전히 담고 있다. '문언'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만 있는 것으로 공자가 지은 십익(十翼) 가운데 하나이며, 천도를 인문(人文) 문화로 풀어 놓은 말씀이다.  

〈주역〉의 인의예지와 원불교의 사은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먼저 이번호에서는 〈주역〉에서 밝힌 사덕(四德)을 이야기하고, 이어서 다음호에서는 인의예지와 천지·부모·동포·법률을 직접 결부를 시켜서 설명하고자 한다. 

'중천건괘' 문언에서는 "문언에서 말하기를 원(元)은 선의 어른이고, 형(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고, 리(利)는 의의 화합이고, 정(貞)은 일의 줄거리이다. 군자는 인(仁)을 체득하여 족히 다른 사람의 어른이 되며, 모임을 아름답게 하여 족히 예(禮)에 부합하며, 만물을 이롭게 하여 족히 의(義)에 화합하며, 곧고 바름이 족히 일을 주관한다.

군자는 이 사덕을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건(乾)은 원형이정이라 한다"라고 하여, 인간 본성인 인예의지(仁禮義智)는 천도 사상(四象)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그대로 품부 받은 네 가지 덕이고, 이 사덕(四德)의 의미는 무엇이고, 사덕을 실천하는 존재가 군자임을 밝히고 있다.

〈주역〉의 이 문장이 유학의 인의예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근본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맹자〉의 '사단설'을 중심으로 하여, 사덕(四德)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사은(四恩)을 〈주역〉으로 풀이하면, 사(四)는 구(口)와 인(儿)으로 땅에서 걸어가는 것이니 작용을 표상하는 수이고, 은혜 은(恩)은 구(口)와 대(大) 그리고 심(心)으로 내 몸에 하늘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원광대학교

[2018년 2월 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