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에게 은혜의 땅이 되어준 익산
교화, 스스로 몸소 솔선해 모범 보이는 것

[원불교신문=손운섭 원무] 나에게 원불교의 역사는 익산생활의 역사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1996년 남편이 원광대학교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익산으로 이사 올 여건이 되지 못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있었고 아이들의 교육문제 등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주말부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같으면 KTX가 있어서 서울과 익산을 왕래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였겠지만 그 때는 서울과 익산을 오가는 일이 그리 녹녹치 않았다. 교통이 불편해 서로 만나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속에서 가족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1년 후 익산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사하게 된 익산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낯설은 곳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익산에 대한 지식은 보석이 유명하고 미륵사지가 있으며 이리역 폭발 사고가 있었던 곳이라는 정도의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다. 결단을 내리고 이사를 오기는 하였지만 인연이라고는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야 할지 은근히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사를 온 바로 다음 주부터 남중교당에 나가게 되면서 익산은 우리 가족에게 은혜의 땅이 되어 주었다. 그 당시 익산에서 유일한 지인이었던 남편의 고등학교 선배인 청산 박정원 교도님께서 익산에서 적응하고 살려면 교당에 다니는 것이 좋다며 우리를 남중교당으로 인도하셨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선배님의 말씀을 받든다는 마음으로 교당에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몇 년은 아무런 생각 없이 다녔고 익산에 정이 들지 않아 서울을 자주 다녔던 시절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경상북도 안동이라는 소도시에 살았다. 그곳의 지나다니는 길목에 원불교 교당이 있었다. 조그만하고 소박한 건물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당시 지나다니다 교당을 보면 '그곳은 조금 특별하고 정신세계가 평범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생각했었다. 알고 보면 원불교 법처럼 합리적이고 확실한 법이 없는데 말이다.

지금도 경상도 지방에서는 예전에 내가 했던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원불교 진리를 제대로 전해주고 싶지만 아직도 공부가 부족하여 마음뿐이지 실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움이 크다.

남중교당은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교당보다 규모도 훨씬 컸지만 단아하였고 무엇보다 교도님들의 표정이 무척 밝고 온화한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원불교 교당의 울타리에 들어서면 모두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일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고 그런 편안함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법회 시간 노령의 교도들께서 교무님 법문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칠까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말년에 삶에 지친 노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아 왔는데 원불교 교도님들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삶을 잘 준비하여 온 여유가 보였고 나도 교당에 열심히 다니면서 마음공부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아울러 한 번 해보자! 닮아 보자! 할 수 있겠지'하는 마음 역시 점점 커졌다. 어쨌든 법회 때 일상수행의 요법, 일원상 서원문은 비록 더듬거리고 서툴렀지만 조금씩 원불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가고 있었다. 

요즈음 교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럴 때 내가 경험했던 기억들이 있어 솔성요론 15조의 '다른 사람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 하는 말씀을 되새기게 된다. 내가 교도님에게 감화를 받은 것은 솔성요론 15조처럼, 스스로 몸소 솔선해 모범을 보여준 것들이었다.

자연스럽게 감화 받게 하는 것이 교화의 근본이요 참다운 지도법이라고 하는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나를 보고 원불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 난다면 그보다 더 은혜롭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남중교당

[2018년 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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