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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 / 영광교구 신흥교당 한진자 교도
신앙인 / 영광교구 신흥교당 한진자 교도
  • 최지현 기자
  • 승인 2018.02.07
  • 호수 18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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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일기기재, 평생을 겸손과 성실로


매일 새벽5시 WBS TV로 하루 일과 시작
신년법문 받들어 '나를 이기는 공부' 해 나갈 것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1월31일, 영광군 묘량면 삼학리를 찾았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둥근 일원상이 보인다. 흰 벽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이 곳은 '왕촌교당'이다. 

농촌인구 감소로 인해 통·폐합 된 왕촌교당, 오늘 인터뷰 하기로 한 신흥교당 안타원 한진자(78·安陀圓 韓眞子)교도는 왕촌교당 바로 옆 집에 살고 있다. 지붕 위에 소복히 쌓인 눈들이 고색을 더 하는 주택에서 환한 웃음을 지은 그가 걸어나왔다. 

"나는 취재할 것도 없어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라 부끄럽기만 합니다."
칠십 평생 '겸손'으로 살아온 그는 한사코 취재를 마다했다. 누구나 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해왔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매일 새벽 4시50분에 일어나 WBS TV를 켭니다. 5시부터 TV 프로그램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죠. 6시10분에 경전강의를 듣고 7시에 선 요가를 합니다. 오후에는 '성가교실 둥근노래 은혜세상'을 보면서 성가를 부르기도 하고, 조석심고를 모시면서 목탁도 치고 독경도 합니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차에서 아들과 함께 WBS 원음방송 라디오를 듣습니다. 매일 혼자 하려면 잘 안되는 것들을 TV 방송을 보면서 함께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마을 노인정에 있는 시간 외에는 오롯이 '원불교' 공부와 '일기쓰기'를 한다는 한진자 교도. 그의 방에는 신년법문과 교전, 그리고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 하루도 빠짐없이 쓰고 있는 그의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그의 큰아들이 어머니의 자서전을 건넸다. 매일 일기를 쓰는 한 교도를 보던 아들의 권유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원기90년부터 일기를 썼어요. 말이 되든지 안되든지 무작정 써내려 가다보니 점차 나아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치매예방에 좋다고 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무념처럼 지켜내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공부가 됩니다. 앞으로도 일기를 열심히 쓰고, 경산종법사님 신년법문처럼 내가 나를 이기는 공부를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10여 년째 일기를 써오고 있는 그는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왕촌교당으로 향했고, 교당 야학에서 한글을 깨쳤다. 깜깜한 밤, 호롱불 밑에 옹기종기 모여서 그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그는 16살에 중앙총부에 갔다. 

"왕촌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교당에 갔어요. 학교에서 학생을 모집한다고 해서 갔는데, 교실도 없이 나무 밑에서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보리를 몇 되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갔고, 원불교에서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하길래 교당 야학에 나갔어요. 상하반으로 나뉘어서 한자도 배우고 한글도 깨우쳤어요. 그러다가 교무님 혼자 사는 곳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공부를 배우라고 해서 간다고 했어요.

근데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가고 저는 총부에 가게 됐죠. 새벽부터 저녁9시30분까지 일을 하고, 저녁에 철자집을 놓고 공부를 했어요. 한글도 제대로 몰라서 한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피곤해서 잠이 쏟아졌어요. 결국 총부생활 한 달만에 고향에 다시 내려왔습니다."

19살에 남편과 결혼한 그는 원기88년 남편과의 사별, 원기94년 퇴행성 관절염 수술이라는 시련을 겪는다. 

"원기81년쯤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을 안 하면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아픈 다리로 살아왔죠. 그러다보니 다리가 굽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어요. 가족들이 수술을 권했지만 다리가 더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서 미루다가 원기94년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사은의 은혜로 수술이 잘 끝났고, 지금도 가끔씩 아프기는 하지만 반듯이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새 삶을 얻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고, 교당 봉공회 일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도우려고 합니다."

칠십 평생을 겸손과 성실함으로 살아온 한진자 교도. 그는 교당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나는 늙은 사람이라 어디서 오라고 안하는데, 원불교에서는 오라고 하니까 감사하고 보람이 있습니다. 원불교를 만나 한글을 배울 수 있었고, 원불교를 알게 됐기에 가족들도 효자요, 동네 사람들도 모두 건강한 것 같습니다. 교무님이 기도를 크게 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이제 나라가 통일이 되고,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되어 모두가 함께 낙원세계에서 살아가길 서원합니다."

법회 무결석을 지키며 이제는 나라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는 그, 원불교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2018년 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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