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알게 된 현지인 도움으로 법인 설립
한국에서 온 백도정 교도와 첫 법회를 열다

정원경 교무

[원불교신문=정원경 교무] 한국에서 이삿짐이 도착하자마자 일원상 봉안식을 하고 처음으로 한 것은 기도였다. 멜버른 교화를 시작하면서 많은 꿈이 있었다. 무엇보다 한인 사회에 원불교를 알리고 현지인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멜버른 한인 인구수는 약 3만여 명이다. 한국의 한 지역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하지만 이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한인 교회가 대략 20여 개가 존재한다. 

한인 사회는 매우 좁고 소문에 민감하다. 그래서 현지인 교화도 중요하지만 한인들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한인을 만나는 것도 조심하고 행동거지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던 중 정토가 임신해 병원에 가게 됐다. 병원에서 쓰는 용어들이 어려워 통역사(정부 지원 무료 통역사)를 불렀다. 병원을 2~3주마다 다니는데 같은 분을 여러 번 만나게 돼 서로 통성명 하고 인사하는데 불교 신자였다. 

나는 원불교 교무임을 밝히고, 이곳 멜버른에 교당을 세울 것이라고 얘기했다. 불교 신자로서 매우 환영한다며 서로의 집에 초대해 식사도 하고 친해지게 됐다. 그의 이름은 엠마다. 남편은 줄리안인데 호주인이며 독실한 티베트 불교 신자다. 서로 만나면 불교에 대한 이야기, 마음공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줄리안의 도움으로 멜버른개척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든든한 후원자이다. 

지난해 초, 나는 인터넷 한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원불교 인연을 찾는다는 광고를 올렸다. 몇몇 분이 연락이 왔다. 그중 한 분이 불교 신자인데 선 공부와 불법 공부를 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 왔다. 그의 이름은 한기채 씨다. 그러던 중 정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된장 담그기 그룹을 시작해 그 인연으로 이채순 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남편이 불교의 독실한 신자라며, 불교에 평소 관심이 많아 원불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도 열성이 있어 사물놀이 교실이나 한인 노인회를 열어 산행과 여러 행사를 주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는 도중, 선과 요가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같이 공부해 보자고 했다. 

장소는 넓은 공간이 있는 한기채 님 집에서 매주 토요일 선요가 교실을 만들어 운영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었다. 차라리 교통이 편리한 우리 집 근처 커뮤니티홀을 빌려 선요가 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약 7~8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씨의 인연으로 알게 된 최선영씨는 멜버른 한인노인회 간부다. 최씨는 매주 수요일마다 오클리라는 동네에서 한인행사를 하고 있는데 매월 첫 주에 요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흔쾌히 승낙을 하고 요가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현재 약 30여 명이 요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영주권을 취득한 백도정 교도가 호주로 이민왔다. 나는 그동안 여러 인연을 만나 원불교가 이곳에 개척을 하고 있다고 알리기는 했지만 정식 법회를 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백도정 교도가 오면서 첫 교도 가족이 생겼다. 5년의 개척 시간동안 이처럼 교무로서 기쁨을 느낀 적이 없었다. 

백 교도의 가정을 교당에 초대하고 식사하며 이민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도 해줬다. 우선 우리는 정례법회를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첫 법회를 보았다. 아직은 호주 이민을 온 지 얼마 되지 않고, 집과 교당의 거리가 약 50분 정도가 소요돼 매주 법회는 나오지 못한다. 그래도 한 달에 한번은 법회를 보고 있다. 

교당이 있는 곳은 마운드 단데농이다. 말 그대로 단데농 산이다. 거의 산 정상에 위치해 있고 나무가 우거진 곳이다. 가장 주의할 것은 자연 발화의 산불이다. 그래서 소방대원 자원봉사를 지원해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지난해 12월3일 소방대원 정식 자격증을 부여받았다.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네 주민들이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계속 인연을 넓혀갈 생각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멜버른개척

[2018년 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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