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교무

[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교당에서 근무할 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죽은 쥐를 보고 놀라서 교당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이내 혼자 머쓱해졌다. 뭐가 그리 무서웠을까? 마음을 챙길 겨를도 없이 교당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쥐 사건'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공포감의 근원을 따지고 따져 들어가면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불안감,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듯한 적이 있는가? 빙판길에서 차가 통제를 잃은 순간,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문득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범죄 피해자로서 경험했던 엄습하는 공포감…. 이 모든 순간 나는 어떤 마음이었던가.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 실시품 1장에서 폭풍에 요동치는 배 안에서 공포에 빠져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태연 정색한 기색으로 이렇게 말씀했다. "사람이 아무리 죽을 경우를 당할지라도 정신을 수습하여, 옛날 지은 죄를 뉘우치고 앞날의 선업을 맹세한다면, 천력을 빌어서 살 길이 열리기도 하나니, 여러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라."

인명은 재천(在天)이라고 하지만, 간절하고 진실된 기도를 올림으로써 하늘의 뜻마저 움직이는 길이 있음을 말씀했다. 종교가(宗敎家), 주로 기독교 전통에서 '기적'이란 예로부터 신(神)에 의해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뜻해 왔다. 예수와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던 중 갑자기 격렬한 폭풍이 일어나 제자들이 겁에 질리자, 예수는 그저 폭풍을 보며 "잠잠하여라! 조용히 하여라!" 하고 말씀만 했다. 그러자 사방이 아주 고요해졌다는 내용이 성경에 있다.(〈성경〉마가복음 4장37절~39절)  

대종사는 천력을 빌어 이와 같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단지 선지자뿐 아닌 우리들에게도 있음을 실시품 1장에서 말씀했다. 이와 같이 '천력'을 빌기 위해서는 어떤 위난의 경우에 처할지라도 우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천도품 12장에서 '일생을 끝마칠 때 최후의 일념을 어떻게 하오리까' 하는 질문에 대종사는 '온전한 생각으로 그치라'고 답한다. 열반전후 영가의 후생길을 인도하는 천도법문은 '00영가야, 정신을 차려 나의 말을 잘 들으라'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모름지기 살아가는 중에나, 죽음이 임박했을 때에나, 심지어 죽은 후에도 우리가 할 일은 정신 차리는 그 일 하나뿐인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 그 순간 마음먹는다고 해서 잘 되겠는가. 평소 희로애락 속에서 부동심을 길들여야만 최후의 순간에도 온전함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상시응용주의사항 제일 첫 조목으로 '응용하는데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라고 한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희로애락에 부동한다는 것은 목석같은 무반응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정신을 차려 온전함을 잃지 않는다는 말씀이다. 

모쪼록 정신을 차리고 차리자. 오늘 일어나는 수많은 경계마다 찬 물에 세수하듯 정신을 차리자. 황망한 죽음의 순간이든, 준비된 죽음이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눈앞에 두고도 정신을 차려야 할진대, 어찌 평소 준비 없이 그 힘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미주총부법인

[2018년 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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