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교무

[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실시품 2장에서는 참선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젊은 상좌를 꾸짖는 두 노승이 등장한다.

"저런 사람은 당장에 천 불이 출세하여도 제도하지 못하리니 이는 곧 세상에 버린 물건이라"는 말까지 할 정도이니 상좌가 말을 어지간히 안 듣긴 안 들었던가 보다. 노승들이 그간 그 젊은 상좌를 얼마나 타이르고, 꾸짖었을지 짐작해 봄직하다. 

이 장은 마치 〈정전〉 솔성요론 제15조 '다른 사람의 원 없는 데에는 무슨 일이든지 권하지 말고 자기 할 일만 할 것이요'의 뜻을 상세히 설명해준 장과도 같다.

솔성요론 15조에 대해 의아함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상대편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어서 이 잘못을 일러줘야 할 경우도 있을 터인데, '자기 할 일만 할 것'이라 하니 너무 개인적이고, 심지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남의 원 없는 것을 강제로 권하는 것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영영 그 일을 싫어하게 함이니, 이는 사람 제도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바위 속에 금이 든 줄을 알았거든 내가 먼저 채굴 하여다가 그것을 광채 있게 쓰면 사람들이 나의 부유해진 연유를 알고자 하리니 그 알고자 하는 마음의 정도를 보아서 그 내역을 말하여 준다면 그 사람들도 얼마나 감사히 그 금을 채굴하려 할 것인가. 이것이 곧 사람을 제도하는 묘방일까 하노라."

만일 직장동료가 몰라보게 날씬해지고 예뻐졌다고 가정해보자. 모두들 그 동료의 다이어트 방법을 궁금해 하며 그가 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궁금해 할 것이다. 건강하고 날씬해지는 방법이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겠는가?

교화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전망품 11장에서 교화에 대한 이같은 관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교화에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나 한 가지 예를 들어 말하자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사를 잘 지어서 그 수확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다면, 온 들 안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자연히 본받아 갈 것이나, 만일 자기 농사에는 실적이 없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말로만 권한다면 그 사람들이 따르지 않을 것은 물론이니, 그러므로 나는 늘 말하되 내가 먼저 행하는 것이 곧 남을 교화함이 된다 하노라."

우리 교단뿐 아니라 이 시대 종교가의 가장 큰 화두는 전 세계적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탈 종교화로 인한 종교인구감소일 것이다.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는 전체 인구에서 '종교 없음'이 56.1%로 종교인구를 처음 앞질렀다. 

이에 대응하여 다양한 교화 방법, 대책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내가 몸소 교법을 실천함으로써 상대방이 자연히 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교화의 정석(定石)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말씀이다.

교무로서 설교를 하면서 나의 실행이 말하는 내용에 미치지 못함에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고 설교를 한 적도 많았음을 고백한다. 마치 "저는 바담 풍하지만, 교도님들은 바람 풍 하세요" 하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실시품 2장은 나자신이 교화자이기 이전에 성실한 구도자요, 진실된 공부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법문이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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